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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
지난 1월부터 10개월간도내 독립운동 발자취 좇아김명시 등 여성운동가부터농민·스님 항일 행적 소개
조명되지 못한 독립 행적지역사회 발굴·보존해야독립사, 교육과정에 담고유적지 중심 계승 필요
◇경남지역 독립운동가들의 행적=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남 출신 독립 유공자는 1458명이다. 하나은행 대출 3·1운동 당시 경남에서 135회의 집회가 벌어져 1274명이 순국했지만, 기록이 대부분 소실되며 관련 서훈 독립운동가는 731명에 불과했다.
경남 최초 3·1 운동인 함안군 칠북면 연개장터 3·9 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해 세워진 3·1독립운동기념탑의 태극기는 찢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 또 폐교된 학교 안이라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조차 없었다. 원어민강사 지역의 독립 운동이 잊혀 있는 현실을 보여준 기념탑은, 본지 보도 이후 주변 일대가 함안군에 의해 정비됐다. 김해시 진영읍 만세시위에 참여한 김성도·감태순·노오용·손치봉·장준식·최석용 선생. 이들은 도내 여러 지역에서 3·1운동을 주도하다 옥고를 치르는 등 저항을 이어왔다. 하지만 기록이 남아있는 자료가 부족해 서훈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공식 행적이 발 특수관계인 굴되며 공적을 인정받았다.
1919년 3월 23일과 4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창원읍민독립만세운동.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에 세워진 창원읍민만인운동비 안내판에는 시위를 주도한 감태순 선생을 ‘김태순’으로 잘못 표기해 놨다. 합천 출신 손치봉 선생은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의령과 함양으로 퍼진 함성을 함께 외친 노오용· 급여압류신청 최석룡·장준식 선생은 진압대에 붙잡혀 옥고를 치러야 했다.
신간회 양산지회 소속이었던 양산농민조합 신영업 선생은 1932년 소작제도 정상화를 요구한 조합원들이 경찰에 붙잡히자 시위를 하다 체포됐다. 그는 올해 3·1절에 서훈을 받았다.
1907년 정미7조약 체결 직후, 남상덕 선생은 시위대 봉기를 주도하며 항일투쟁에 나섰다. 치열한 전투 끝에 일본군의 총탄에 맞아 27세에 순국한 그에 대한 전시는 의령군 의병박물관에 빠져 있었다. 마산 서성동에서 태어나 기자로 생활하던 목발 김형윤 선생. 그는 일본 헌병의 눈을 빼놓았다는 일화가 전해지며 ‘목발(目拔)’이라는 호가 붙었다. 마산 출신의 또 다른 김형윤은 진해와 마산 일대에서 일본의 탄압에 맞서 노동운동을 이어오다 징역을 살았다.



경남신문이 지난 1월 16일부터 10개월간 발굴한 경남지역 독립운동의 발자취. 지면에 소개된 광복 80주년 기사들.


경남에는 여성 독립운동가들도 많았다. 1919년 3월 18일, 진주교회의 종소리를 신호탄으로 남강을 따라 기생들이 행진하며 시위했다. 주도자였던 한금화는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기쁘다, 삼천리 강산에 다시 무궁화 피누나’라는 혈서를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장군’ 마산 출신 김명시 장군은 고려공산청년회 유학생으로 선발돼 중국 상해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했다. 1930년 하얼빈 일본 영사관, 기차역, 경찰서 등을 공격해 큰 타격을 줬고 2년 후 일본 경찰에게 붙잡혀 7년간 옥고를 치렀다.
또다른 마산 출신 여성 독립운동가 최봉선·김두석은 신사참배 거부로 폐교된 의신여학교 출신이다. 자신의 집을 비밀 아지트로 제공한 최봉선은 학생들과 장터시위를 주도했고, 통영에서 ‘친일파 김기정 징토 시민대회’를 개최해 옥고를 겪었다. 모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김두선은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해임됐다.
경남신문이 지난 1월 16일부터 10개월간 발굴한 경남지역 독립운동의 발자취. 지면에 소개된 광복 80주년 기사들.
경남에서 가장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 서훈자를 배출한 지역은 하동이다. 현재까지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조복애는 숙명여자전문학교 재학 중 일본을 비판하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수피아여학교 홍순남 선생은 1919년 3월 독립선언서를 나눠주는 등 시위를 주도하다 체포됐다.
의령군에서 비밀 청년 결사인 대동청년당을 창설하는 등 항일운동을 펼쳐오던 백산 안희제 선생. 그의 생가 인근 담벼락엔 독립운동을 묘사한 벽화가 있었지만, 크게 훼손된 채 방채돼 있었다.
원폭 피해자 후손들이 모여 사는 합천군. 침략전쟁이 남긴 상처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후손에게까지 이어졌다. 뇌성마비와 심장병 등 유전병을 앓은 이들의 상처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아직까지 보상받지 못하고 있었다.
하와이로 이민을 떠나 독립운동을 이어가던 이들도 있었다. 창원출신 여성독립운동가 박금우·김공도는 경남출신 여성들을 모아 영남부인회를 조직했다. 독립 후원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던 이들의 묘지가 올해 발굴되며 행적이 드러났다. 경남지역 독립운동가의 행적은 ‘수형인 명부’에 범죄 이력으로 남아 있었다. 하동에서 비밀 조직을 결성해 시위를 이끈 정석용·이향석·이기호 등은 형무소에서 혹독한 고문을 당하다 순국한 기록이 이곳에 남아 있었다.
지역 공훈자들의 추적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독립운동에 나섰음에도 여전히 서훈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전익진 선생은 마산 진전면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이끌었고, 창동학교를 설립해 민족정신을 일깨웠으나 공식 기록에서 누락돼 있다. 신영업 선생은 양산경찰서 습격사건에 참여했지만, 수형 기록이 모호하다.
깨달음을 실천으로 옮긴 스님들도 있었다. 양산 통도사 스님들은 주민들을 모아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항일교육을 이끌었다. 구하 주지스님은 명신학교와 입정상업학교, 통도중학교를 설립해 인재를 양성하고 임시정부에 군자금을 전달했다.
◇잊힌 행적, 유적지 보존하고 기념관으로 기억해야= 여성과 농민, 스님 등 평범한 시민들이 앞장서서 독립운동에 나선 경남. 그러나 조명되지 못한 행적들이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는 지역사회가 앞장서서 이들의 행적을 발굴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형인 광복회 경남지부장은 “경남은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지역이지만, 타 지역에서 기념관과 기념광장 등이 갖춰져있는 데 비해 아직 독립기념관조차 없다”며 “독립운동사를 인물 중심으로 기억하는 게 아닌, 유적지 중심으로 계승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적지에 표지석과 기념비 등을 세운 후에도 방치하지 않고 보존하는 데 힘써서 지역 독립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규 교육과정에도 지역의 독립운동사를 가르쳐서 잊히고 있는 행적들을 재고하며, 지자체가 앞장서서 미서훈 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해 지역에서 독립을 위해 앞장선 이들의 노고를 기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휘준 기자 genie@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