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숙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연구과장이 24일 제주 서귀포시 과학원에서 진행된 설명회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초단기 예보 모델인 나우알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고민이 있을 때,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AI에 묻는 일이 더는 낯설지 않다.
부지불식간 삶을 파고든 AI는 미래의 날씨를 예측하는 일에도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2022년 이전까지 변수가 많은 기상예보는 AI에 정복되지 않을 영역으로 꼽혔다.
그러나 2022년 구글과 화웨이 등 글로벌 빅테크가 'AI 기상예보 서울삼성저축은행 모델'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논의의 초점은 'AI 기상예보 모델이 유용한지'를 넘어 이를 어떻게 정교화하고 '기후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활용할지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상청이 빅테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AI 기상예보 모델, 최고 수치예보모델 뛰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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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열린 'AI 초단기 예측 시범사업 워크숍'에서 엔비디아 관계자가 발표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과학원과 세계기상기구(WMO)가 함께 진급일 연 'AI 초단기 예측 시범사업 워크숍'에서 만난 국내외 전문가 중 AI 기상예보 모델 정확도나 활용성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현재 기상예보는 '수치예보모델'에 기반한다.
수치예보모델은 쉽게 말해 날씨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의 움직임을 물리법칙에 따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다.
여러 수치예 윈소액 보모델 가운데 가장 정확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모델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이다.
그런데 현재 구글 '그래프캐스트', 화웨이 '팡구웨더', 엔비디아 '포캐스트넷' 등 빅테크 AI 기상예보 모델의 예측 정확도가 ECMWF 모델보다 낫거나 최소 비등하다고 평가된다.
ECMWF가 올해 2월 25일부터 수치예보모델 산출 이상 시 물을 학습시킨 AI 모델 'AIFS'를 운용하기 시작한 점은 AI 기상예보 모델이 예보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음을 보여주는 일로 꼽힌다.
AIFS는 태풍과 같은 열대저기압 경로 예측 등 여러 방면에서 최정상 물리법칙 기반 모델보다 성능이 최고 20% 뛰어나다는 것이 ECMWF 설명이다.
AI 기상예보에선 한국도 선진국…자체 초단기 예보 모델 현업화



24일 제주 서귀포시 과학원에서 진행된 설명회에서 나우알파 개발진이 모델 성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은 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등 선진국을 뒤쫓아야 하는 후발주자로 평가받는다.
다만 AI 기상예보 분야에서만큼은 다른 국가와 발맞춰 경쟁하는 수준 이상, 선도하는 나라로 꼽힌다.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은 AI 초단기 강수 예측 모델 '나우알파'를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개발, 올해 5월부터 현업에서 운영 중이다.
나우알파는 과거 기상 레이더 관측 영상을 학습, 향후 6시간까지 10분 단위 강수 예측을 1분 안팎의 시간에 내놓는다.
'1시간 후'와 '6시간 후' 강수 예측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모델이 다소 낫지만 '2∼5시간 후' 예측은 나우알파가 확실히 잘한다는 것이 국립기상과학원 설명이다.
6시간은 기상예보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WMO는 초단기 예보(nowcasting)를 '현재부터 6시간 앞까지 예보'로 정의하면서 폭우 등 극한 기상현상으로부터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종 방어선'이라고 규정한다.
정확한 초단기 예보와 그에 따른 적절한 경보가 이뤄지면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를 많이,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요성을 알기에 많은 국가가 AI를 활용한 초단기 예보에 도전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2∼3시간 후까지 예측이 목표로, 나우알파처럼 WMO가 규정한 초단기 예보 선행시간을 완전히 충족하는 경우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국가는 나우알파를 도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오기도 했다고 국립기상과학원 측은 전했다.
나우알파 개발진은 AI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인 엔비디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개발진은 기상레이더 관측 영상도 '영상'이라는 점에 착안, 역대 최대 규모인 2천만 시간의 영상자료를 학습한, 영상 생성 기능을 가진 최첨단 월드파운데이션모델(WFM)이 포함된 엔비디아 '코스모스' 플랫폼을 활용해 나우알파를 개선했고, 예측 영상 선명도를 개선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얻었다.
엔비디아는 코스모스를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에 사용되는, 실제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기 위한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가상 세계를 구축하는 플랫폼이라고 홍보해왔다.
엔비디아도 AI 기상예보 모델을 개발 중이지만 코스모스를 기상예보 모델에 적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고, 나우알파 개발진 방식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내년 '14일 이상 예측' 모델 개발…"외국기술 의존은 위험"



24일 제주 서귀포시 과학원에서 진행된 설명회에서 엔비디아와 구글 등의 AI 기상예보 모델 개발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립기상과학원은 내년 동아시아 지역에 최적화된 14일 이상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중기 기상예측 모델, 2029년까지 미세조정(Fine-tuning)만 거치면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상·기후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개발된 구글이나 엔비디아 등의 AI 기상예보 모델을 가져다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으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이혜숙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기상연구과장은 "기상예보는 국민 재산과 생명에 관련돼있다"면서 "그런 영역에 대해 자체 기술 없이 외국기업 서비스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자체 모델이 있어야 기업이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했을 때 대응할 수 있고 우리 상황에 맞게 개선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워크숍에 참석한 엔비디아와 구글 개발자들은 "기후변화와 기상 관련 연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든가 "사람들이 일상에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최선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AI 기상예보 개발 이유를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들이 새 시장을 놓칠 리 없기 때문이다.
'기후불평등' 해소 기여 기회…지원은 '초라'
한국이 개발한 AI 기상예보 모델이 '기후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길도 열려있다.
기후불평등은 기후변화에 책임이 적은 개발도상국에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집중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워크숍도 각국과 빅테크가 개발한 AI 초단기 기상예보 모델을 검증하고 평가한 뒤 최적의 모델을 개발도상국에 지원해, 개도국 기상예보 역량을 높이는 WMO 주도 프로젝트를 위해 열렸다.
AI 기상모델 운용에 비교적 적은 자원만 필요하기에 가능한 프로젝트다.
문제는 지원이다.
현재 국립기상과학원에서 AI 기상모델 개발에 투입된 인원은 15명에 그친다.
과학원이 올해 국가전략기술 인공지능 분야 특화연구소로 지정됐지만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 H100 96장에 그친다. 그나마 이 가운데 80장은 정부 과제를 수행하기로 하고 국가인공지능데이터센터 등에서 빌려 쓰는 양이다.
빅테크들이 AI 모델 개발에 GPU 수천, 수만장을 동원하는 것에 견주면 초라한 수준이다.
과학원 관계자는 "(GPU를) 빌리기 위해 공모 제안서를 쓰는 데만 한 달을 썼다"면서 "내년에도 GPU 임차를 위한 예산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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