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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오른쪽)이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문제 평화적 해결과 두 국가 해법 이행을 위한 고위급 회의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문제를 놓고 서방의 전통적 외교·안보 동맹 구도에 ‘미국 대(對) 나머지’라는 이례적 분열상이 나타나고 있다. G7(7국)과 파이브 아이스, 오커스(AUKUS) 등 미국 주도 핵심 안보 협력체에서도 대부분 나라가 미국과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캐나다·호주·포르투갈에 이어 22일에는 프랑스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대열에 가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두 국가 해법 논의 고위급 회의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두 국가 해법을 되살리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다만 “이는 결코 하마스를 정당화하는 조치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주도하는 합법적 정부를 국제적으로 뒷받침하려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두 국가 해법’ 관련 고위급 회의 도중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이로써 G7 중에선 영국·프랑스·캐나다 3국이, 앵글로색슨 연대인 파이브 아이스(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와 오커스(미국·영국·호주)에서는 영국·캐나다·호주 3국이 미국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 뉴질랜드도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시간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회원국 중 최소 10국 이상, 약 3분의 1이 ‘팔레스타인 인정국’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중동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고립’마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스라엘을 일관되게 지지해온 미국은 이 같은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도 “국가 지위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직접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며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만큼은 트럼프 행정부와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 차이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미국은 성급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오히려 ‘두 국가 해법’을 흔든다고 본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협상을 거부하고 계속 외교적 투쟁에 나설 빌미만 준다는 것이다. 또 하마스에 “테러리즘을 통해 국가 인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는 주장을 가능케 한다고 우려한다. 민주·공화를 가리지 않는 미국 내 초당적 친(親)이스라엘 정서도 굳건하다. 이달 초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 사살 목적으로 미국의 동맹인 카타르를 공습했을 때도 트럼프는 “유감스럽지만 하마스 제거는 가치 있는 목표”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이런 미국을 뒷배 삼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요르단강 서쪽에 팔레스타인 국가는 세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서안 지구 합병 선언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십 년간은 유럽도 미국과 같은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고, 이스라엘 강경파가 주도하는 정착촌 확대가 이어지면서 입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결국 이스라엘의 폭주를 막으려면 외교적 ‘경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었고, 자국 내 이슬람 인구의 반이스라엘 정서에 대한 정치적 판단도 반영됐다고 유럽 매체들은 분석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무슬림 인구 비율이 각각 6.5%, 10%에 달한다.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규모다.



AFP 연합뉴스 2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부레이지 난민 캠프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둘러멘 어린이가 파괴된 건물 잔해 위를 걷고 있다. 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민간인 희생이 늘면서, 전날 영국·호주·캐나다·포르투갈에 이어 이날 프랑스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압박에 나섰다.


다만 국가 인정이 곧바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 등 영토가 되어야 할 지역이 이스라엘의 통제를 받고 있어 주권 행사가 안 된다. 또 가자는 하마스가, 서안 지구는 PA가 통치하면서 정부가 분열되어 있다. 국제법(1933년 몬테비데오 협약)상 국가 수립(인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유엔 회원국 지위를 얻는 것도 거부권을 가진 미국의 반대로 불가능하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서방 주요국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은 법적·제도적 효과보다 이스라엘에 대한 상징적, 정치적 압박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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