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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주 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 정부(노사정)가 참여하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이 키를 잡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 노사정 대화를 통해 기업과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4.5일제에 나서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 진통이 예상된다.
노동부는 24일 노사정이 넘버엔월복리 함께 참여하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을 출범시키며 주 4.5일제 논의에 착수했다. 배규식 전 한국노동연구원장과 김유진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공동 단장을,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이 부단장을 맡는다. 여기에 양대 노총과 경영계, 전문가 등 총 17명이 참여한다. 추진단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생산성 향상과 근무 방식 혁신을 포함한 근로시간 단축 방안 새마을금고 햇살론 을 검토해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마련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연내 관련 방안을 입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4.5일제 실행 방안을 내놓진 않았다. 대신 ‘자율’과 ‘지원’을 강조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날 출범식에서 “실노동시간 단축은 단번에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노사가 주체가 돼 자율적으로 다양 창업자금지원 한 방안을 찾고,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주 4.5일제를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나 의무 도입이 아닌, 노사정 사회적 대화와 정부 지원을 통한 자발적 확산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추진단 단장을 맡은 김유진 실장은 “4.5일제뿐 아니라 연차휴가 사용, 초과근로 등 다양한 제도를 함께 검토할 것”이라며 “노사 간 의견 합자회사설립방법 차이가 있는 만큼 노사정 대화를 통해 어떤 속도와 순서로 적용해 실질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2015년 노사정이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합의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주 4.5일제 등 추가 근로시간 단축이 사회적 합의로 이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핵심 쟁점은 ‘생산성’과 ‘비용’ 대출상담센터 이다. 경영계는 이미 주요국에 비해 생산성이 낮은데 근로시간까지 줄이면 기업 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54.6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6.5~70.6달러)의 약 77%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77.9달러)에 미치지 못하며, 독일(68.1달러)·프랑스(65.8달러)·영국(60.1달러)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경총은 “낮은 생산성 현실에서 근로시간만 단축할 경우 기업 경쟁력 약화와 사회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 앞서 유연 근로시간제 개선 등 생산성 제고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는 만큼, 임금 삭감이나 기업의 추가 비용 부담 없이도 근로시간 단축과 주 4.5일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열린 첫 회의에서도 오삼일 한국은행 팀장이 ‘AI의 빠른 확산과 생산성 효과’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1.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다만 오 팀장은 “이는 근로시간이 1.5시간 줄어든 상황에서 그 시간을 휴식이나 여가가 아닌 다른 생산 활동에 재투입한다는 전제를 두었을 때만 가능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즉 실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했을 때가 아니라 줄어든 시간을 다시 업무에 활용해야만 생산성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따라서 AI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곧바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훈 장관은 이날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나누기’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AI 확산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기술 발전이 노동 소외로 이어지지 않도록 일자리 나누기가 필요하다”며 “실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생산성 향상, 고용률 제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핵심 대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주 4.5일제가 실제로 일자리 나누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과 교수는 "임금삭감 없는 주 4.5일제는 사실상 일자리 나누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최근 노란봉투법 입법, 정년 연장 논의 등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 4.5일제 시행 시기를 여유를 갖고 조정하여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날 회의에서도 AI를 활용하면 근로시간 절감 효과가 분명히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근로시간 단축이 아닌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오삼일 팀장은 발표에서 AI를 활용할 경우 근로시간 절감 효과가 나타나는데, 특히 직무 경험이 부족한 근로자일수록 그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오 팀장은 “이는 경력이 짧은 근로자는 AI를 통해 능력을 빠르게 향상할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맡는 업무가 AI로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생산성이 높아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해당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세종=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