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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을 지켜보던 상조업체 직원 김선화(48)씨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선 서울시 공영장례 지원·상담센터인 ‘나눔과 나눔’이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르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의 조문으로 진행된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은 서울시립승화원 내 유택동산에 유골을 뿌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김씨는 “사망 후 빨리 발견된 분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시신 부패가 심해 신원 확인이 어려운 사망자의 경우 혹시 모를 연고자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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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윤채 기자 lee.yoo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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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고령화로 독거노인 등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무연고 사망자도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립승화원에 따르면 2018년 382명이던 서울의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1392명으로 6년 새 3.6배나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국내 무연고 사망자도 같은 기간 2447명에서 6139명으로 2.5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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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사망자는 자녀나 친족 등 연고자가 없거나 신원 확인 불가 등의 이유로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사망자를 일컫는다. 그뿐만 아니라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된다. 특히 최근엔 연고자가 없는 경우보다 연고자의 인수 거부로 무연고 처리되는 비율이 급속히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무연고 사망자의 텔레마케팅 76.2%는 유족이 있음에도 이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이 첫손에 꼽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국내 장례 비용은 평균 1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무연고 사망자의 유족들 가운데 이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경우가 많은 탓이다. 손성헌 나눔과 나 핸드폰요금연체신용등급 눔 상담팀장은 “무연고 사망자 유족과 상담하다 보면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그러다 보니 무연고자 본인이 생전에 직접 사후 장례 절차를 문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무연고 사망자 대부분이 홀로 외롭게 지내다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상당수가 외부와 단절된 채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세상을 떠난 뒤에야 뒤늦게 발견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중 21.5%는 거주지 내에서 사망한 뒤 발견된 것으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홀로 자택에서 사망한 경우 시신 부패 등의 이유로 사망 원인을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무연고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의 23.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15~20%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년의 고립과 외로움은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에 매우 치명적”이라며 “지속적인 고립과 은둔 생활은 자살 또는 고독사로 이어질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연고 사망자로 확인될 경우 장례는 모두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 정부가 2013년 ‘무연고 시신 등 장사 매뉴얼’을 정한 뒤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지자체 재량에 맡겨놓으면서다. 하지만 최근 무연고 사망자가 계속 늘면서 전국 지자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재정 상황도 여의치 않은데다 화장·봉안 시설이나 전담 인력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연고 사망자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장례 진행과 유골 처리까지 도맡아 처리하기엔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가 심화될수록 무연고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공영 장례제도 등 홀로 맞는 죽음에도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켜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주문하고 있다.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76%를 차지하는 중장년층 남성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은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고독사예방조사연구센터장은 “중장년 남성들은 실직이나 사업 실패 등으로 인해 가족은 물론 외부와의 단절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정부와 지자체도 더 늦기 전에 이들의 사회적 관계 회복을 지원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