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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해킹 사고가 또다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SK텔레콤에서 대규모 유심(USIM) 해킹 사태가 터진 지 불과 몇 달 만에, 이번에는 KT에서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악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상 초유의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LG유플러스마저 개인정보 유출 의혹으로 정부 조사를 받고 있다. 이통 3사의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로 해킹과 유출 사고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이동통신업계 전반에 대한 국민 불신이 일파만파 확산되며 이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지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한 '사건 발생'에 있지 않다. 소액결제 피해는 이용자 일상 속으로 파고든 '금융 사기'에 다름 저소득가구 전세자금대출 아니며, 개인정보 유출은 생명과도 같은 디지털 정체성을 도둑맞는 일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이통사들은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규모 보안 투자'와 '재발 방지 약속'을 되풀이하면서도 근본적인 취약점 개선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대비책의 차이가 분명하다. 미국에서는 AT&T의 인증 취약점을 노린 해킹으로 5000억 원대의 가상 차량유지비규정 화폐 탈취 사건이 벌어진 직후, 본인확인 절차를 의무화하고 SIM 교체나 번호 이동 시 고객에게 사전 통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도 2020년 점유율 1위 통신사 'NTT도코모 계좌' 부정 인출 사태가 터지자 신규 등록을 전면 중단하고, 이중 인증 절차를 의무화하는 등 본인확인을 대폭 강화했다. 유럽연합은 아예 소액결제 상한선을 건당 50유로, 월 30 가지급금인정이자계산 0유로로 제한했고, 영국은 유료 구독형 서비스 가입 시 2단계 동의를 법으로 강제했다. 사고 이후 제도를 바꾸어 추가 피해를 차단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통신사들은 허술한 ARS 인증에 의존하며, 피해가 발생하면 앱스토어 운영자나 결제대행사(PG)에 책임을 돌려왔다. 소비자 보호보다는 책임 회피에 익숙한 태도가 굳어져 있다는 지적 중국금리인상 을 피할 수 없다. 지난 10여 년간 수천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과 수조 원대 해킹 피해가 반복됐음에도, 이통 3사는 사고 뒤에야 '수천억 원 투자 계획'을 내놓는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머물러 왔다. 그러니 국민은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보안 투자 자체는 필요하다. SK텔레콤이 '제로 트러스트' 기반 중도상환수수료 없는 담보대출 체계 구축과 AI 보안 관제를 약속하고, KT가 'K-시큐리티 프레임워크'를 내세우며 1조 원 투자를 발표한 것은 겉으로는 든든해 보인다. LG유플러스 역시 블랙박스 모의해킹과 전담 인력 확충을 내세웠다. 그러나 해킹이 터진 뒤 급조된 계획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통신망이라는 국가 핵심 인프라를 책임지는 기업이라면, 보안 투자는 '사고 대응'이 아니라 '일상적 의무'여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무겁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유출사고 반복 기업에 징벌적 과징금을 검토하고, 기업의 정보보호 인력·예산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제도 개선은 더 과감해야 한다. CEO가 개인정보 보호에 직접 책임을 지도록 하고,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와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아울러 개인정보 영향평가와 유사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주요 개인정보처리시스템의 취약점을 제거하고 이상징후를 탐지하는 '공격표면 관리' 의무화, 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ISMS-P) 인증 고도화와 단계적 의무화 등 확대 등 예방적 체계를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
이통사도 변해야 한다. 지금처럼 고객 피해를 '남의 일'처럼 외주화하는 태도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고객 보호는 이익보다 앞서야 한다. 사업자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투자를 단순히 '불필요한 비용'으로 여기지 말고,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한 '기본적 책무'이자 '전략적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해킹에 맞서는 최고의 방어막은 기술이 아니라 '책임 의식'이라는 점을 통신사 경영진은 명심해야 한다.
디지털 사회에서 통신사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다. 국민의 정보와 자산, 나아가 국가 안보까지 책임지는 핵심 인프라 운영자다. 그런 기업들이 반복된 해킹에 허둥대며 매번 같은 변명을 내놓는다면, 더는 시장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이통사가 눈을 뜨고, 보안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때다. 국민은 더 이상 값비싼 사후 약속이 아니라,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한 통신 환경'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