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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은 1879년 충남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에서 아버지 한응준과 어머니 온양 방씨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양반 집안이지만 가세는 평범했던 것으로 보인다. 6세 때부터 서당에서 한학을 배웠는데 <대학>에 있는 정자의 주석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책에 먹칠을 할 만큼 매우 똑똑했다. 14세에는 부친의 뜻에 따라 전정숙과 혼인을 했다.



충남 홍성 출신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


1896년 김복한 등이 주도한 홍주 을미의병 기숙사 준비물 을 겪었다. 명성황후 시해와 단발령에 반발하여 일어난 무장투쟁은 그에게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18세쯤 만해는 부모에게 아무 말도 않고 노자 한푼 없이 서울을 향해 떠났다. 동학과 의병운동이 일어나고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 가는 것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꼈고 세상을 위해 무엇이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상경도중 어느 주막에 머무 아파트전세대출 르던 만해는 며칠 동안 깊이 고민한 끝에 돌연 사찰로 발길을 돌린다. 한학 밖에 아는 게 없는 자신을 돌아보고 우선 실력을 쌓기로 결심한 것이다. 보은 속리산로 갔다가 설악산 백담사로 옮겨 머무르며, 절에서 밥을 짓고 물을 긷는 불목하니와 동냥중 생활을 하며 불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국민은행 신용대출 서류홍성군 결성면 생가지의 만해사. 만해 한용운의 영정을 모셨다. 김재근 선임기자





생가지 인근에 조성된 만해문학체험관.





보험설계 만해문학체험관의 만해 동상.


이 무렵 서양의 역사와 지리를 소개한 청나라 쉬지위의 <영환지략>을 읽고 세계여행에 나섰다가 죽을 뻔한 위기를 겪는다. 소련 블라디보스톡에 도착, 부두 근처에 속소를 정했다가 친일집단인 일진회 회원으로 오인한 교포 청년에게 '사형' 위협을 받았고, 바 중소기업확인서 닷가 모래사장으로 나갔다가 조선 청년들에게 잡혀 바닷물에 던져질 위기를 겪었다. 2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만해는 동포의 행위에 실망, 고국으로 되돌아왔다.
만해는 1905년 본격적으로 불가에 입문했다. 강원도 설악산 백담사 김연곡의 제자가 되고 전영제로부터 계율을 받았으며, 이학암에게 기신론과 능엄경, 원각경 등을 배웠다.
백담사에서 학문에 정진하던 만해는 중국인 량치차오의 <음빙실문집>을 읽고 서구의 자유·평등사상에 눈을 뜬다. 새로운 문물과 불교를 보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조동종 종무원의 대표 히로쓰 세쓰조와 교류하고, 조동종대학에 유학 중이던 최린을 만나기도 한다.
만해는 귀국 후 한국불교 지키기와 개혁운동에 나섰다. 이 무렵 한국 불교계는 친일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전국의 승려 대표 52명이 기존의 불교연구회를 '원종(圓宗)'로 바꾸고 해인사 주지 이회광을 대종정에 앉혔다. 원종은 일본의 조동종과 7개항을 합의하여 연합을 추진하는 등 한국불교를 일본불교에 예속시키는 친일매불 행위를 벌였다.
만해는 1911년 박한영 등과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승려대회를 열고 이회광을 불교계를 더럽히는 종문난적으로 규정했다. 원종을 무너뜨리기 위해 임제종을 창립하고 종무원 서무부장을 거쳐 관장을 맡았다. 이러한 자주화와 종지수호운동을 통해 한국 불교의 전통을 지키고 이회광 일파의 친일 책동을 막았다.
이해 가을 만해는 독립운동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만주로 갔다가 큰 불행을 당한다. 만주에서 박은식·이시영·윤세복 등을 만나 여러 현안을 논의했는데 그를 일제의 첩자로 오해한 독립군이 미행하여 총을 쏜 것이다. 다행히 죽음은 면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평생 머리가 흔들리는 체머리 증세를 앓았다.
만해는 1913년 발행한 <조선불교유신론>에서 대대적인 불교개혁론을 제시한다. 우리 불교가 미래사회 도덕 문명의 중심이 되기 위해 승려 교육제도를 개혁하여 사상(비판)의 자유와 지혜·진리를 가르쳐야 하며, 올바른 수행을 위해 참선과 염불당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포교수단의 다양화, 복잡한 의식(儀式) 대신 간소한 법식 도입, 대중성과 경쟁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찰의 도심 이전, 주지 선거제 도입 등도 제시했다. 특히 기존의 승려 금혼제도가 불교의 사회적 고립을 초래했다며 승려의 결혼 허용을 주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불교에 입문한지 5년여 만에 불교계 전반의 문제를 꿰뚫어 보고 대안까지 내놓은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만해는 불교 대중화에도 힘썼다. 방대한 고려대장경을 알기 쉽게 정리한 <불교대전>을 펴냈고 승려교육 교재 <불교교육 불교한문독본>, 선(禪)에 대한 독자적인 해석을 담은 <십현담주해>를 저술했다. 1918년 최초의 불교 교양 월간잡지인 <유심>도 간행하였다. 불교유신회와 불교청년동맹을 주도했으며, 1924년에는 조선불교청년회 회장, 1930년에는 불교개혁과 항일운동을 위한 비밀결사 조직 만당(卍黨)의 영수를 맡았다. 1931년에는 <불교>지를 인수하여 사장으로 일했다.



만해 생가지에는 독립선언서의 공약3장(만해 한용운 작성)을 새긴 조형물이 있다.





3.1운동 직후 일제 경찰이 작성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 만해의 눈빛이 매섭다. 자료=국사편찬위원회





일제 경찰이 1929년에 작성한 주요감시대상 인물카드.


만해는 3.1운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최린·오세창 등과 만나 만세운동의 방향과 방법 등을 논의했다. 육당 최남선이 작성한 독립선언서에 공약삼장을 덧붙였다. 만해는 유림과 불교계를 대상으로 서명 동참자를 구했으며, 그 자신도 백용성 스님과 함께 민족대표 33인에 이름을 올렸다.
만해는 3.1운동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임했다. 일제의 심문에 "조선인이 조선독립운동을 하는 것은 백번 말해 마땅한 일인데, 감히 일본인이 무슨 재판이냐"며 꾸짖었다. 감옥에서 작성한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을 몰래 외부로 내보내 상하이 독립신문에 싣도록 했다. 이 글은 독립선언의 동기와 이유를 잘 정리한 명문으로 손꼽힌다. 만해는 1920년 10월 징역 3년형을 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갖혔다가 1921년 12월 가출옥으로 풀려났다.
만해는 석방 이후 대장경을 한글로 펴내기 위한 법보회를 조직하고, 민립대학 기성준비위원회와 조선물산장려운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활동을 계속했다.
1925년 백담사에서 칩거하며 <님의 침묵>을 탈고, 이듬해 시집으로 펴낸다. <님의 침묵>에 실린 88편의 시는 불교적인 비유와 상징으로 사랑과 이별을 탁월하게 담아내 한국 현대시의 명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시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그가 금세 이처럼 사상적 깊이와 예술적 표현이 빼어난 작품을 생산한 것은 놀랍기 그지없다. 만해는 1930년대 후반부터 창작에 힘써 소설 <죽음>과 <후회>, <철혈미인>, <박명> 등을 신문과 잡지에 연재했다.
1926년 만해는 6.10 만세운동을 추진하다 사전에 검속됐다. 6.10 만세운동은 조선공산당과 천도교계, 학생들이 함께 추진했으나 공산당과 천도계의 계획은 누설돼 무산됐고, 학생들이 주도한 것만 성공하여 6월 10일 순종 인산일에 만세운동이 벌어졌다.
신간회에도 적극 참여했다. 발기인과 중앙집행위원으로 나섰고, 경성지회장도 맡았다. 1929년에는 광주학생운동이 일어나자 이것을 확산하기 위한 민중대회를 계획하기도 했다.
만해는 1933년 자신을 돌보던 병원 간호부 유숙원과 재혼, 딸 영숙을 낳았다. 마땅한 거처가 없었던 그는 벽산스님이 제공한 서울 성북동 집터에 방응모와 박광 등의 도움으로 집을 지었다. 그는 심우장이라는 택호를 붙이고 여기서 말년을 보냈다.
뤼순감옥에서 순국한 단재 신채호 묘비건립에 참여했으며 훗날 유고집 간행도 추진했다. 1937년에는 만주의 독립투쟁가 김동삼의 장례를 치렀다. 김동삼이 마포형무소에서 옥사했으나 일제가 두려워 아무도 찾아가지 않았는데 그가 유해를 수습하여 심우장에서 장례를 지낸 것이다.
그는 뼈속 깊이 일제를 거부했고, 친일인사를 멀리했다. 어느 날 창씨개명을 한 춘원 이광수가 심우장을 방문했는데 만해는 인사도 받지 않고 호통을 치며 내쫓았다. 길거리에서 변절한 육당 최남선과 마주치자 외면하고 지나쳐버렸다. 육당이 뒤쫓아와 인사를 하자 만해는 "내가 아는 최남선은 벌써 죽어서 초상을 치렀소."라며 돌아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만해는 나병구제연구회를 만들어 간이수용소 설치를 추진했고, 여성해방운동을 추구하는 근우회와 뜻을 함께했으며, 협동조합·소비조합운동론을 제창하는 등 농민운동에도 참여했다. 창씨 개명을 거부하고 조선청년의 일본 학도병 출전을 반대하는 등 끊임없이 일제와 맞섰다.



만해가 말년에 살았던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29길 24의 심우장. 사진=국가유산청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에 위치한 만해 한용운 묘소. 사진=국가유산청


일제의 감시와 가난 속에서 심우장에서 살던 만해는 1944년 66세로 세상을 떴다. 그의 죽음에 벽초 홍명희는 "7천 승려를 합해도 만해 한 사람을 당하지 못한다. 만해 한 사람을 아는 것이 다른 사람 만 명을 아는 것 보다 낫다."며 슬퍼했다.
만해 한용운은 평생 조금의 굽힘도 없이 꼿꼿하게 살다간 항일 우국지사이다. 불교 승려, 사회계몽운동가, 시인으로서 이 땅에서 살며 초지일관 타협을 거부하고 독립운동을 벌였다. 만해는 혼탁하고 궁핍하고 어두웠던 시대 민족사를 밝게 비춘 영광이고 자랑이고 긍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