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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두 번의 경제정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윤석열 정부 때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과 이재명 정부가 이날 발표한 ‘2025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이다. 7개월 만에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는 '건전'에서 '적극'으로 바뀌었다.
올초 강조했던 대외신인도 관리도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는 빠지면서 이전 정부의 색채를 지우려 했다는 평가다. 다만 지방성장 정책이나 소상공인 지원책, 저출산 대책 등은 올 1월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간판만 갈아끼운 형태로 세부 정책은 사실상 대동소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2일 '2025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올 1월 2일 신용평가기관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공개한 지 7개월 하고도 3주 만이다. 통상 기재부는 상반기에 한번, 하반기에 한번 경제정책 가이드라인을 공개한다.
올해는 그 중간에 탄핵과 대선이 있었고, 그에 따라 정권이 바뀌면서 경제성장전략을 짜는 정부의 고민도 깊었다. 이전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6월 대선 이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 개명전문변호사 하기까지 시간은 두 달가량밖에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한 2025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재정의 역할이었다. 기재부는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 그간 총지출이 억제되고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부족했다고 적었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뒀다면 이재명 정부는 ‘돈을 쓸 땐 써야 한다’는 확장재정, 영국모기지 적극재정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실제로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는 “전략적 재정투자가 미흡했다” “경직적 재정 제도로 재정 운용 성과가 저하됐다” “과감한 투자로 성과를 제고해야 한다”는 문구를 여러 차례 찾아볼 수 있다.
과세에 대한 기조도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법인세와 주식 양도세 등을 낮추는 감세 정책이 주를 소득처분 이뤘다. 이에 대해 이재명 정부 경제성장전략은 7개월 만에 “과도한 감세로 세입 기반이 약화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2021년 20.6%, 2022년 22.1%였던 조세부담률이 지난해 기준 17.6%까지 떨어진 만큼 세금을 걷어야 하는 곳에서는 확실히 걷어야 한다는 기조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법인세는 모든 구간에서 1%P씩 상향됐고, 여신금융 주식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를 복원하고 금융 교육세율을 1%로 올리는 방안이 이번 세제개편안에 포함됐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대외신인도 관리’가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는 실종됐다는 점이다. 올 1월 경제정책방향에서는 4대 정책분야 중 하나로 대외신인도 관리를 꼽고 특히 잠재 리스크 관리를 통해 건전성 관리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의 경제성장전략에서는 대외신인도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재정정책 기조 자체가 적극재정으로 돌아선 만큼, 국가부채 등을 주요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대외신인도 관리 문구를 전면에 같이 담기엔 부담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기재부 힘 빼기 기조를 반영해 지금까지 경제정책을 주도하던 기재부 역할을 ‘지원’, ‘뒷받침’ 식으로 표기한 것도 특징이다. 초혁신 프로젝트는 기업과 주관부처, 관계기관이 주도하고 기재부는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취지다.
또 올초 경방에서는 주력산업 고도화 파트에서 반도체나 2차전지, 조선 등 산업별 맞춤지원 방안을 강조했다면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는 석유화학이나 철강, 방산 등 인공지능(AI) 혁신 및 저탄소 전환이 필요한 주력산업의 고도화를 강조했다.
다만 큰 기조가 아닌 분야별 세부 정책으로 들어가면 올초 경제정책방향과 대동소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는 지역 균형성장을 강조하며 ‘지방 우대 정책체계로 전면 개편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올초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지역 경기 활력 제고를 위한 지방 우대 중심의 정책 설계’라는 문구가 담겨있다.
일자리 창출 및 소비 활력을 제고하고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설계에 지방에 인센티브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모두 올 1월 담겼던 내용이다. 소상공인 지원책도 마찬가지다. 이번 경제성장전략에서는 소상공인 규모화·스마트화를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금융비용이나 수수료 등 핵심 비용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올초 경제정책방향에도 담긴 내용이다.
“AI 상권분석·경영진단 정보를 제공하고 스마트 기술 적용을 확대한다(8월)”, “디지털 기반 소상공인 비즈니스 혁신 역량을 강화한다(1월)”. 그리고 “금융지원 추가 보강 및 대출 갈아타기 확대(8월)”, “소상공인 금융지원 3종 세트인 정책자금 상환연장, 전환보증, 저리 대환대출 추가 보강(1월)”에서 알 수 있듯이 세부 정책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출산 대응책도 마찬가지다. 올 1월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일·가정 양립 제도를 시행하고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체인력 지원금이나 유연근무 장려금을 인상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날 발표된 “각종 출산 육아기 장려금 제도 개선(대체인력지원금 확대 등)으로 일가정 양립 제도 확산에 따른 사업주 부담 완화”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아이 돌봄 지원과 관련해서도 올초 “아이돌보미 대기 및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공 민간 돌보미 확대”라는 내용이 담겼다면, 이날 경제성장전략에서도 “공공 아이돌봄서비스 지원강화 및 민간돌봄 서비스 관리체계 구축”이라는 대동소이한 문구가 담겼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