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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백악관 flickr



'좌편향'됐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산을 대폭 삭감한 미국 공영방송에 시민들의 후원 및 기부금이 급증하고 있다. 캐서린 마허 NPR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이를 정부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 기부'(rage giving)라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 광주 중기청 (NYT)는 지난달 24일 공영방송 기부금 데이터 분석업체 '기여자개발파트너십'(CDP)를 인용해 최근 3개월 사이 공영방송에 약 12만 명의 신규 후원자가 생겼다고 보도했다. NYT는 “전반적으로 올해 공영방송에 약속된 후원금은 지난해보다 약 7000만 달러가 더 많다”며 “(공영방송) 예산 삭감이 승인된 직후 기부금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대스위스PBS·NPR의 회원사이자 콜로라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로키마운틴퍼블릭'은 지난달 18일부터 3일간 약 6620건의 후원을 받았다. 그중 1000건이 '신규 후원자'였다. 한 후원자는 약 50만 달러(약 7억 원)를 후원하기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NPR 회원사 'WUNC'도 캠페인을 통해 100만 달러 이상을 후 최우선변제금 원받았으며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NPR 회원사 'WMNF'는 28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루이빌공공미디어'에는 4일 동안 52만5000달러가 모였는데 이는 37만6000달러의 삭감 폭보다 오히려 큰 액수였다.
'후원 쇄도'가 단순히 일시적 현상은 아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헤이플리크 CDP CEO는 NYT에 “후원자의 많은 비중이 일반회생신청 정기적으로 돈을 납부하는 장기적 후원자로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NYT는 “예산 삭감 직후 방송국들이 보낸 후원 요청에 대한 응답이 연말 요청 때보다 3배가 높았다”며 “(공영방송의) 웹사이트 트래픽도 증가하고 활발해지고 있다”고 했다.



▲ 지난 6일자 캐서린 마허 NPR 금융권여성대출 CEO 워싱턴포스트 인터뷰.



캐서린 마허 NPR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이것을 '분노 기부(rage giving)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공영방송의 역할이 위협받자 공영방송을 지지하던 사람들 다수가 후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캐서린 마허 CEO는 “마침내 이런 상황에 왔다. 전통적으로 양당의 지지를 받고 미국 인구 99%를 위해 봉사해 온 공영방송이 무언가를 빼앗긴 것”이라고 했다.

미 의회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공영방송공사(CPB)에 대한 11억 달러(약 1조5224억 원) 예산 삭감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반대표를 던졌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대부분 찬성하면서 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이는 NPR과 PBS 등 주요 지역 방송국을 지원하는 CPB의 약 2년치 예산으로 NPR은 예산 1%, PBS는 예산 15%를 CPB에서 지원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NPR을 '진보 허위정보 기계'(Liberal Disinformation Machine)라고 부르는 등 공영방송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표출했다. 지난 5월 NPR·PBS 등 공영방송 예산 지원을 삭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들 매체는 편향적'이라 부르기도 했다.



▲ 지난달 18일자 뉴욕타임스 기사 갈무리. 예산 삭감으로 사라질 수 있는 지역 공영방송(라디오)의 위치가 노란색으로 표시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복합적이었다. 지난 3월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성인 9482명을 대상으로 NPR·PBS에 대한 정부의 지원 유지 여부를 물은 결과, 약 43%가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원 혹은 민주당 성향의 응답자 69%가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고 답했지만 공화당원 혹은 공화당 성향 응답자의 경우 44%가 지원 중단을 주장했다.

[관련 기사 : 미국 성인 43% “트럼프 정부, 공영방송 NPR·PBS 지원 계속해야”]
후원은 늘었지만 정부의 예산 삭감을 만회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NPR과 PBS는 후원과 광고 등으로 버틸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 방송사(PBS·NPR 회원사)들은 CPB 보조금 없이는 운영이 사실상 어렵다. 뉴욕타임스는 “이 예산 삭감은 공영방송 시스템에 대한 '시한폭탄'”이라고 평가했다. 광고컨설팅 회사 '퍼블릭미디어컴퍼니' 분석에 따르면 9월 이후 전국 100개 이상의 TV와 라디오 방송국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캐서린 마허 CEO는 “NPR은 편향적이지 않다”고 강조하며 “공영방송이 이념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민주주의와 헌법, 언론의 역할, 사람들의 알권리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문화적 대화'(cultural conversation)를 적절히 반영하는 데에 우리는 항상 할 일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