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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잔치를 열어 준 30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하고 거주지에 발화장치를 설치해 불을 지르려 한 6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비정한 아버지는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20년 전 구입한 실탄을 개조했고, 범행 두 달 전부터 아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등 치밀하게 인면수심 범죄를 준비했다.
인천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희영 형사2부장)은 살인과 살인미수, 총포·도검·화약류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 방화 미수 혐의로 A(6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현주건조물 전세 중계수수료 방화 예비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검찰은 발화장치가 계획대로 작동됐다면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보고 방화 미수로 죄명을 변경했다. 현주건조물 방화 예비죄는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이나 방화 미수죄는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검찰이 구속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며 수사한 결과 A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해 실행에 옮긴 사회연대은행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지난해 8월 중순부터 전처(61)와 아들(34)을 살해할 목적으로 유튜브에서 사제 총 제작법을 배워 쇠 파이프를 잘라 산탄총 7정을 제작했다.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2005년 구입해 보관하던 실탄(산탄) 속 쇠구슬은 더 큰 것으로 교체했다.
휴대폰 데이터 통신과 인터넷 쇼핑몰 구매 내역, 범죄에 이용한 공유차량 퇴직금 정산 위치 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 A씨는 범행 두 달 전부터 운전 연습을 하고 피해자인 아들 동선을 파악했다. 일주일 전 아들을 살해하려다 일정이 맞지 않자 자신의 생일로 범행 날짜를 변경하기도 했다.
A씨는 범행 직후 전처, 아들과 함께 살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거지에 남아 있는 전처 물건을 태워 없애기 위해 15개 통에 담은 시너 34L와 카드 자동차 할부 자동 발화장치도 설치했다. 타이머가 달린 이 장치는 지난달 21일 낮 12시에 시너와 솜에 순차적으로 불이 옮겨붙도록 맞춰져 있었다.



지난달 21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사제 총기 살인사건 피의자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거지에서 발견된 시너와 자동 발화장치. 서울소방재난본부 창업대출조건 제공


A씨는 2023년 말부터 전처와 아들이 '이중 지원'을 이유로 경제적 지원을 끊자 자신을 속이고 고립시킨다는 망상에 빠져 전처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들 일가 살해를 마음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전처와 아들에게 받은 돈을 생활비 외 유흥비로도 썼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A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9시 30분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33층 아들 집에서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하고 며느리(36)와 손주 2명(8·4세), 독일 국적 가정교사(32)까지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비비(BB)탄 크기 쇠구슬이 들어 있는 산탄 세 발을 발사했고, 가슴과 옆구리에 두 발을 맞은 아들은 심정지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나머지 한 발은 외국인 가정교사를 향해 쐈으나 현관문에 맞았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이 사제 총기를 준비하며 시청한 유튜브 영상은 범행 재발을 막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차단을 요청했다"며 "피해자 지원과 함께 피고인에게 죄책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