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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소 세 마리로 시작했어요. 그게 어느새 150마리가 됐네요.”
축사 안에는 귀농 7년차인 영철씨의 땀과 시간, 농부로서의 성장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창녕군 고암면의 한 한우 농장에서 손영철씨가 축사를 관리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성승건 기자/


서울서 설계 일 하던 중부친 건강 나빠지면서2019년 고향으로 돌아와
단 3마리 소로 축산 시작암소 입식 등 규모 키우고마늘 기계화 도입 앞장
생산단가 줄여 수익 창출해썹 등 정책 가점 받아농업회사법인 설립도
“귀농은 결국 버티는 은행 이자 비교 것준비 없으면 떠나게 돼돈 되는 구조 만들어야”
◇안정적인 서울 생활 접고 고향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전자회로 설계 일을 하며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던 영철씨. 하지만 어느 순간, 그에게도 한계가 찾아왔다.
“컴퓨터 앞에 하루 종일 앉아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 점점 지쳐갔어요. 좋아하던 일도 어느 순간 ‘왜 이걸 제2금융권환승론 하고 있지?’ 싶은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즈음 고향 창녕에서는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졌고, 불법 축사 양성화 정책에 따라 집안에서 키우던 소 세 마리가 있는 축사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그에게 농사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전환점처럼 다가왔고 2019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규모화, 쌍용자동차 60주년 기계화 통한 ‘똑똑한’ 농사= 귀농 직후 그는 단 세 마리의 소로 축산을 시작했다. 이후 암소 입식, 송아지 개량, 자가 축사 확보 등을 거치며 규모를 키웠고, 현재는 축사와 별도 퇴비장을 갖춘 150마리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부친이 해오던 1만2000평 규모의 양파·마늘 농사도 그의 손에서 빠르게 변했다. 양파 가격 폭락을 겪 집매매시 주의사항 은 뒤 과감히 품목을 정리하고 마늘로 단일화했으며, 전국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전면 기계화를 도입했다. 천정부지 올라가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1년 내내 쉴 틈이 없어요. 귀농 전과 비교하면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편해졌어요. 내 계획대로 돌아가는 농사는 고단해도 재미가 있어요.”
영철씨는 현재 연매출 약 5억원, 순수익 2억~2억5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생산 단가 절감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예컨대 소들이 건초를 많이 먹으면 건초를 직접 생산하는 거죠.”
평당 1만2000원 정도 들어가는 마늘 재배 단가를 기계화를 통해 평당 4000원 정도로 낮출 수 있었고 송아지 사육 비용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창녕군 고암면에서 손영철씨가 수확한 마늘을 보여주고 있다./성승건 기자/


“매출보다 중요한 건 생산 단가를 줄이는 겁니다. 비용이 낮으면 가격이 내려가도 버틸 수 있어요. 반대로 단가가 높으면 조금만 시세가 흔들려도 바로 적자예요.”
그는 해썹(HACCP), 무항생제 인증도 사전에 준비해 정책 보조사업의 가점을 챙긴다.
“농업은 정보 싸움이에요. 정책은 많은데, 활용하지 못하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앞으로 그는 일반 농사를 줄이고, 축산과 조사료 중심으로 구조를 바꿀 계획이다.



창녕군 고암면의 한 한우 농장에서 손영철씨가 축사를 관리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도내 청년 귀농인 단체 ‘요즘것들’= 귀농 이후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들과의 거리감이었다.
“기존 농가와 귀농인 사이에는 생각과 관점의 차이가 꽤 큽니다. 이 지점에서 청년 귀농인들은 더 외로워지죠.”
이에 그는 창녕지역 청년 귀농인들과 함께 ‘요즘것들’이라는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다. 매주 만나 회의하고, 장터와 팜파티, 공동 직거래 등 다양한 활동으로 공동체 기반을 다졌다. 이 밖에도 창녕을 알리는 굿즈 등을 제작하며 창녕 안에서 교감을 이어갔다.
“귀농하면 친구가 없어요. 특히 청년은 더 그렇죠. 함께 밥 먹고, 농사 얘기 나눌 수 있는 사람만 있어도 버틸 힘이 생깁니다.”



창녕군 고암면에서 한우 농장을 운영 중인 손영철씨./성승건 기자/


◇수익 나는 농사 해야=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그는 냉철한 조언을 건넨다.
“귀농은 ‘내가 하고 싶은 삶’을 꿈꾸며 내려오지만, 결국 ‘내가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오래 못 갑니다. 취미로 농사를 지으려면 도시에서 주말농장 하면 되고, 귀농보다는 귀촌하는 게 맞다고 봐요. 생계로 하려면 철저히 계산을 해야 해요.”
영철씨 역시 2019년 귀농을 결심할 때부터 시장의 흐름을 먼저 살폈다.
“그때 소값이 정점을 찍고 내려올 타이밍이었어요. 앞으로 몇 년 안에 소값이 떨어질 거라고 봤고, 미리 들어가서 기반을 다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죠.”
그는 귀농의 타이밍도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내 상황만 보고 결정하면 타이밍을 놓치기 쉬워요. 정책 방향, 시장 흐름, 가격 곡선을 먼저 봐야 합니다. 그래야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 창녕군 귀농귀촌 지원책은
세대당 정착금 150만원멘티 농가 실습비 지원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도시민에게 창녕군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나섰다.
군은 우선 ‘귀농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 지원사업’을 통해 최대 3억원의 농업 창업자금과 7500만원의 주택구입 융자를 제공한다. 해당 자금은 연 2% 고정금리 또는 변동금리로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이다.
영농 기반 조성을 위한 현금 지원도 눈에 띈다. 세대당 500만원 규모의 농업개시자금은 농약, 비료, 교육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농업시설 및 농기계 구입을 위한 영농기반조성비는 최대 2000만원까지 지급된다. 여기에 더해 귀농인 안정정착 지원사업으로는 농기계 임차료와 교육비 명목으로 세대당 1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창녕군은 교육과 실습 지원에도 힘을 싣고 있다. 귀농인 현장실습 및 멘토링 지원사업을 통해 선도농가와 멘티 농가에 월 30만원의 실습비를 지원하며, 창녕생태귀농학교와 스스로 집짓기학교 수료생에게는 수강료의 30~50%를 환급해준다. 농업인 대학 및 신규농업인 기초 영농기술 교육도 운영되며, 교육비는 무료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과 귀농인의 집 운영은 실질적인 정착 준비를 돕는다. 도시민이 농촌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임시 거주지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귀농 예정자는 ‘귀농인의 집’을 통해 6개월간(1회 연장 가능) 저렴한 임대료로 창녕에 거주할 수 있다.
청년층 유입을 위한 지원책도 포함됐다. 창녕군은 청년 후계농 영농정착지원(1년차 월 110만원, 2년차 월 100만원, 3년차 월 90만원)과 청년농업인 취농직불제(최대 1년간 월 60만원) 를 통해 초기 경영비 및 생활비를 지원하며, 빈집정비 지원금으로는 수리비 범위 내에서 매입 시 최고 700만원, 임차 시 최고 350만원까지 지원한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