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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시장이 계단식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간 정체기(plateau)였다면 이제는 급변의 시기다.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이들은 뒤에 남겨지게 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저성과’ 바이오텍의 대거 상장폐지가 예고된 상황에 역으로 수백억원대 펀딩에 성공하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어느 때보다도 엣지 있는 기술, 탄탄한 데이터를 가진 곳에 돈이 쏠리고 있다. 이제는 과연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까. 이데일리는 바이오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VC)들을 시리즈로 인터뷰해 투자 인사이트를 구했다.[편집자주]
퇴직금 차량유지비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장점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기업도 아쉽지만, 그보다는 단점에 대해 방어적인 입장을 가지고 솔직하게 상의하지 못하는 기업은 유의해야한다. 나아가 무엇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는 기업들에 투자를 진행한다.”
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이와 같이 말했다. 황 대표는 한번 투자하면 10 원리금균등분할상환 계산기 년은 장기보유한다는 철학을 가진 만큼 투자선별 기준으로 상대 회사의 의견 수용력, 윤리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0년 ‘깐부’ 자처

농협 직장인대출 황대표는 서울대 약대 학·석사를 졸업하고 1996년 유한양행(000100)에 입사해 신약개발을 했다. 새롭게 성장하는 분야에 궁금증을 품고 우연한 기회로 2001년 한국바이오기술투자에 합류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로는 2009년 옮겼고 2020년 투자운용부문장(CIO) 부임 후 2021년부터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그가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바이오 산와론 투자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새 한국투자파트너스 재직 16년, 대표직도 5년차다. 개인적으로 수십개 포트폴리오 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이뤘고 이 외에도 나스닥 상장, 글로벌 기업인수합병(M&A), 국내 M&A 등으로 투자수익을 내왔다. 황 대표는 기억에 남는 포트폴리오로 업계에서 인정받는 리가켐바이오(141080), 에이비 생애첫주택구입대출 엘바이오(298380), 그리고 존슨앤드존슨에 인수합병된 오리스헬스(Auris Health), 엘러간(애브비)에 인수합병된 엘라스타젠(Elastagen)을 꼽았다.
그는 “수익률이 아무리 좋아도 해당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면 투자자의 역할은 제한된다”며 “좋은 회사를 발굴해서 함께 성장하고, 잠시 헤어진 후에도 그 역할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자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장기투자하는 하우스로 유명하다. 초기단계에 투자해서 상장 이후까지도 함께할 기업을 늘 찾고 있다. 상장 단계에서 만난 기업도 10년 이상의 관계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복수의 펀드를 활용해 투자를 지속한다. 올해 회수를 기대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황 대표는 “한국투자파트너스는 포트폴리오 기업이 많고 단기적으로 회수하지 않기 때문에 올해 회수에 대해 말하기가 어렵다”며 다만 “리가켐바이오(141080), 아이센스(099190), 킵스바이오파마, 라메디텍(462510) 등 상장기업의 성장을 함께 하고 있고, 하이센스바이오, 에비드넷,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브렉소젠 등 비상장 기업의 성장도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엔 개인적으로도 의미있는 투자로 생각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란 돌고 도는 선순환 구조임을 보여준 사례다.
황 대표는 “이봉용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유한양행 시절 저의 보스였다. 제가 신약개발 전반을 이봉용 박사에게 배워서 벤처캐피탈에 와서 좋은 투자를 하게 됐고, 또 그분이 제약기업을 벗어나 스타트업을 하자 서포트하게 됐다”며 “인생의 아이러니다. 통상적으로는 선배들에게 배우고, 그 선배들은 언젠가 은퇴하는 수직구조를 생각하지만 이 업(業)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나이나 직급이 순환하고 융합하게 된다”고 말했다.
투자 ‘레드플래그’
투자 유의 대상 선별 방법에 대한 질문에 황 대표는 “‘나는 정말 잘하고, 열심히 하고, 너는 돈만 투자해주면 된다’는 기업에는 마음이 가지 않는다. 우리 기술이 전세계 1위라고 끊임없이 주장하는 곳은, ‘그렇다면 왜 저희한테 왔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고민을 얘기하고 도와달라고 하는 곳과는 같이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지만 보완점을 지적받았을 때 방어적으로 나오는 기업과는 나아가기 어렵다”며 “일례로 특허가 취약해 보인다는 피드백에 어떤 분들은 출원도 등록도 다 됐다고 장담하고, 반대로 어떤 분들은 무엇이 약해 보이는지 묻고 적절한 전문가 소개를 부탁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발끈하거나 세게 나오는 곳과는 오래 함께하기 어렵겠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도덕성 있는 기업에 투자 해야한다고 말하며 “대표가 본인의 연봉이나 회삿돈을 가지고 어떤 차를 타는지, 법인카드를 얼마나 적절한 곳에 쓰는지, 그리고 스톡옵션을 너무 많이 주거나(투자자에 대한 배려가 없거나), 너무 안주거나(직원에 대한 배려가 없거나)하는 것들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업계획서에 자기자료가 아닌걸 끼워 넣는 사례다. 황 대표는 “데이터나 사진 등 자료를 논문같은 곳에서 가져와서 인용표기 없이 섞어 넣고 자기 것인 양 포장하는 업체도 있다. 또는 동물실험을 했는데 n수가 굉장히 부족한데도 굉장히 그럴듯한 것처럼 설명을 하는, 쥐 한 마리에서 암이 없어진 사진으로 블러핑을 하는 곳들 같은 경우는 무조건 거른다”고 말했다.
미래는 AI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국내외를 합쳐 10여명 이상의 바이오 전문 심사역이 있다. 타 영역에 있는 심사역들과도 공동 발굴·투자하고 있다.
황 대표는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심사역 간의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바이오 VC는 과거의 경험 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신기술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좋은 경영진을 판단하는 능력이 심사역의 출발이고, 투자한 기업에 얼마나 집요하게 지원하고 애정을 갖는지가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꾸준히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하고 그 재원으로 바이오기업에도 투자하고 있기에 바이오 펀드 규모만을 떼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2014년 말 결성한 한국투자제약산업육성펀드(1350억원 규모), 2020년에 결성한 한국투자바이오글로벌펀드(3500억원 규모)가 바이오기업 전용펀드다. 한국투자제약산업육성펀드는 최종 마무리 단계이며 멀티플은 2.74배다.
황 대표는 “분야를 막론하고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과의 결합능력이 중요해보이는 시점”이라며 “인공지능이 전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는데, 바이오 산업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의 AI 헬스케어 포트폴리오 회사로는 퍼즐AI, 이뮤노바이옴, 지니너스(389030), 애비드넷 등이 있다.
법차손 제도 개선 제언
다수의 VC가 그렇듯 황 대표 또한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과 관련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법차손은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회 이상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한 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규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한해서는 3년의 유예기간이 적용된다. 다만 바이오텍의 경우 연구개발을 열심히 할 수록 법차손이 악화되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황 대표는 “연구개발(R&D)을 위한 법차손, 미래를 대비하는 법차손의 경우, 개별기업의 상폐문제가 아닌 산업발전을 위해서라도 단순하게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는 규정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그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와 같은 성장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은 일정 시가총액이(예를 들면 1조원) 되기 전까지는 공매도에서 제외하는 아이디어도 고민해야 한다”며 “VC는 자본시장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업계 관계자 중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산업 전체의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임정요 (kaylalim@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