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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정보 검색서비스인 키프리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 23일까지 ‘KRW(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상표 등록 건수는 475건에 이른다. 최근 한 달간 집중적으로 상표 등록이 이뤄졌는데, 암호화폐(가상자산)거래소나 빅테크·핀테크 기업은 물론 은행·카드·게임·제조업체까지 업종도 다양하다. 스테이블코 1억대출은행이자 인은 달러·원화와 같은 법정화폐나 국채·금 등 특정 자산과 연동(pegging·페깅)해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도록 ‘안정성’을 확보한 암호화폐다.

이 대통령, 대선 과정서 필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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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국회를 통과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에 서명한 뒤 이를 보여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후순위채
물건을 사거나 송금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KRW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000원’식으로, 코인의 가치가 원화와 연동된다. 은행 등이 앞다퉈 KRW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공언하고 나선 건 이재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의 법제화를 추진하면서다. 그러나 유럽연합(EU)·미국 등지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통해 ‘ 사금융피해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에 나섰지만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통화주권이 종속될 수 있다”(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고마저 나온다.

현재 전 세계에서 통용하는 대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의 USDT(발행사 테더)와 USDC(서클)다. USDT·USDC는 1코인당 1달러의 가 대출모집인등록 치를 갖도록 설계했는데, 대부분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을 사는 데 쓰이고 있다. 국내의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올해 1분기에만 57조원에 이른다. 역시 해외 거래소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하는 데 사용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스테이블코인 사용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나 기업이 앞다퉈 발행을 준비 중인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시장과 해외 송금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우선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에는 기존의 신용카드·직불카드 등의 결제 과정에 관여하는 중개인(VAN·PG사)이 필요하지 않다. 소비자가 가맹점과 1대 1로 직접 결제할 수 있어 수수료 부담이 없다. 연간 100억 달러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내는 미국 유통기업 월마트가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결제 수수료를 크게 줄여 수익성을 최대 60%까지 개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글로벌 카드사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결제 시스템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비자는 2023년부터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비자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2억2500만 달러가 넘는다.

마스터카드 역시 올해 4월 전 세계 가맹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공식화한 한 전업카드사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하면 카드사의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으므로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은 송금액과 관계없이 수초 내에 단 몇천원의 수수료만으로 전 세계 어디로든 송금할 수 있다. 지난해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연간 송금액은 27조6000억 달러(약 3경8000조원)에 육박한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글로벌 지급·결제 시장에서 송금 한도가 없는 데다가 거래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등 효용성이 높아 향후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을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디지털 결제수단,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게임·메타버스 등 신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함으로써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발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스테이블코인이나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제도 논의는 초기 단계에 있다.

스테이블코인 연 송금 28조달러 육박









그래픽=남미가 기자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만간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지만, 법안 제정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발행 주체 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도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인허가는 누가 할 것인지, 다른 나라와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발행 주체를 두고 한국은행과 업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핀테크 업계는 기술 혁신성과 시장 접근성을 바탕으로 비(非)은행도 발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위원회와 민주당은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이 같은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민간 기업 대표로 있던 지난해 5월 “은행에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면 안정성은 있겠지만 확장성이 없다”며 “기술혁신이 쉽지 않고 글로벌 연동성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과 시중은행은 발행권을 은행에 한정해야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화폐 단일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간 기업인 발행 주체가 준비 자산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여겨지면 코인런(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9세기 민간은행이 자유롭게 화폐를 발행해 혼선이 있었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인가권을 둘러싼 갈등도 크다. 정부는 금융위원회에 인가·감독권을 부여하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금융위는 산업 육성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 설계라고 본다. 반면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화폐와 유사한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인가 단계에서부터 중앙은행의 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를 위해 거부권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격을 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금융위는 산업정책 수단으로 보고 있지만, 한은은 통화정책의 연장선으로 인식한다.

전문가는 발행과 인가 권한을 분리하거나 공동 관리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의 범용성과 중요성 등을 고려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은 발행 시 백서를 제출하고 상품설명서를 공시할 필요가 있다”며 “또 상환의무를 명문화하고, 이용자가 액면가로 발행인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