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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예능 프로그램의 대상 수상은 61년 시상식 사상 처음이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제6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흑백요리사’가 방송 부문 대상으로 호명됐다. 예능인이나 예능 피디(PD)가 대상을 받은 적은 있어도, 예능 프로그램이 지명된 것은 처음이다. ‘흑백요리사’ 제작사 스튜디오 슬램의 윤현준 대표는 수상 소감을 통해 “다름과 다양함을 추구하는 스튜디오 슬램의 제작 철학이 의미 있는 자 저축은행대출신청 리에서 인정받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김학민 피디는 “중심을 잡아주신 백종원·안성재 두 심사위원님과 모든 것을 불태웠던 셰프님들께 감사드린다”며 “10년 전 백상예술대상 백스테이지에서 나영석 선배님이 대상을 받는 것을 보면서 ‘피디로서 대상을 받는 기분은 어떤 걸까’ 상상했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자금대출 상환 ‘흑백요리사’는 재야의 고수부터 스타 셰프까지 100명의 셰프가 맛으로 맞붙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9월 공개됐다. 외식사업가이자 방송인 백종원과 국내 유일의 미쉐린 3스타 셰프 안성재가 심사위원으로 나온데다 여경래, 최현석, 최강록 등 유명 셰프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무명 셰프와 유명 셰프가 오직 맛으로만 펼친 요리 경쟁은 계급의 벽을 핸드폰요금10만원 뛰어넘는 승리의 쾌감을 안기며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심사위원이나 참가자의 말투를 따라 하는 각종 패러디가 쏟아졌고, 출연 셰프들의 식당은 광속으로 예약이 마감됐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연체이자율화제성과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었지만, 대상 수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백상예술대상 공식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화제성은 대단하지만 작품성이나 여러가지를 따지고 보면 ‘폭싹 속았수다’나 다른 작품이 받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내년부터는 제이티비시(JTBC) 대상으로 이름을 바꾸라”는 볼멘소리도 나온 진행중입니다 다. 백상예술대상은 중앙그룹 계열사인 에이치엘엘(HLL)이 주최하고 제이티비시에서 방송하는데, ‘흑백요리사’ 제작사가 중앙그룹 산하 콘텐츠 제작사 에스엘엘(SLL)의 레이블 스튜디오 슬램이기 때문이다.
반면 ‘흑백요리사’가 대상을 받을 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해당 유튜브 계정과 인스타그램에는 “드라마와 배우만 대상을 받을 이유도 없다. 예능 프로그램이 대상을 받았다고 ‘감이 없다’고 말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 “‘흑백요리사’는 전 국민에게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예능이었는데 대상을 못 받으란 법이 있나?” “일반인들이 주를 이룬 예능 치고 ‘흑백요리사’처럼 성공한 예능도 드물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윤석진 대중문화평론가(충남대 교수)는 “‘흑백요리사’는 화제성 높고 잘 만든 예능 프로그램”이라면서도 “‘폭싹 속았수다’처럼 시대정신과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을 제치고 상 받은 것은 의외다. 예능의 위상이 달라진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중원대 특임교수)는 “백종원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영향력이 크게 발휘된 예능에 대상을 주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영화 부문 대상은 이례적이었는데도 호평이 주를 이룬다. 그동안 영화 작품이나 감독이 수상해온 것과 달리 이번엔 ‘하얼빈’의 홍경표 촬영감독이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독립운동의 음울하고 서글픈 시대상을 극적인 명암 대비를 통해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평이다. 연출 외 분야 스태프를 조명한 점이 신선하고 의미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홍 감독은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임명균 부사장이 대독한 수상 소감을 통해 “‘하얼빈’의 예술적 완성도를 위해 열정과 헌신을 다한 영화 현장의 모든 동지들과 이 상의 영광과 기쁨을 함께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5일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남자조연상 수상 소감을 밝히는 배우 최대훈. 화면 갈무리


묵직하거나 유쾌한 수상 소감으로 화제가 된 이들도 있다. 박찬욱 감독은 신철 작가와 함께 쓴 넷플릭스 영화 ‘전,란’ 시나리오로 영화 부문 각본상을 받으며 “이제 우리 위대한 국민의 수준에 어울리는 리더를 뽑아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영화 속에서 차승원씨가 연기했던 못되고 못난 선조, 그런 사람 말고 진짜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을 뽑아야겠다”고 말해 묵직한 울림을 줬다. 방송 부문 남자조연상을 수상한 ‘폭싹 속았수다’의 ‘학씨 아저씨’ 최대훈은 “힘들고 각박한 세상 속에 힘들고 지칠 때마다 한번씩 거기 보고 외치”라며 자신의 유행어인 “학씨!”를 시원하게 내질러 큰 박수를 받았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