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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응암역 인근 이마트(139480) 은평점 2층. 50대 주부 강영희 씨는 전 상품이 5000원 이하로 구성된 PL(자체브랜드) ‘오케이 프라이스(5K PRICE)’ 매대를 둘러보며 “다이소처럼 싼 게 마트 안에 있으니 신기하다”며 “생활용품에 먹거리까지 있으니 장 보러 왔다가 몇 개 더 담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매대 곳곳에는 5000원 이하 가공식품·생필품이 진열돼 있어 발길을 붙잡았다.
요양기관


서울 은평구 이마트 은평점에서 소비자들이 5000원 이하 초저가 PL ‘오케이 프라이스’ 매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10년만에 새로운 PL을 론칭하며 ‘5000원 전 펀드 뜻 쟁’에 본격 참전했다. 다이소가 열어젖힌 초저가 흐름을 대형마트 버전으로 확장한 셈이다. 수입 대패 목심(500g·4980원), 팝콘(980원), 건면 라면(2980원), 칫솔(880원), 3겹 화장지(4480원) 등 162종을 1차 상품으로 내놨다. 온라인에 빼앗긴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들이려는 ‘집객 전략’이자, 거대 유통 플랫폼으로 떠오른 다이소를 별내사랑 의식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직접 본 매대는 직관적이었다. 과거 이마트는 ‘최저가격 보상적립제’, ‘최저가 도전’ 등 복잡한 할인 행사로 가격 경쟁을 벌였지만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반면 오케이 프라이스는 전 상품을 5000원 이하로 묶어 단순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있었다. 소비자는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아도 ‘싸다 자동차담보대출은 SK다이렉트론 ’는 인식을 바로 얻을 수 있다. 층별 매대에는 ‘막 집어도 오천원’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막 집어도 5000원’이라는 문구가 내걸린 오케이 프라이스 전용 매대. 생활용품부터 가공식품까지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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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프라이스 대표 상품인 수입 냉동 대패 목심(500g·4980원)이 진열된 모습. (사진=한전진 기자)



겉모습은 다이소와 닮았지만 결은 다르다. 핵심은 ‘소용량·소단량’ 전략이다. 카놀라유·해바라기유는 기존 판매용량의 절반(500㎖)으로 줄였고, 라면은 유탕면 대신 건면을 사용해 칼로리를 낮추면서도 가격을 2980원에 맞췄다. 상품군 대부분이 가공식품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다이소가 생활잡화에 집중했다면, 오케이 프라이스는 먹거리를 전면에 내세워 장바구니와 직결되는 수요를 겨냥했다.

눈에 띄는 전략은 매장 동선이다. 은평점 식품·생활 코너마다 오케이 프라이스 매대를 배치해 ‘보물찾기’처럼 흩어 놓았다. 3280원짜리 백미밥 옆에는 김치찌개 밀키트가, 1580원 파스타면 옆에는 올리브유가 자리했다.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여러 상품을 함께 담게 만드는 ‘연계구매’ 효과다.
이처럼 오케이 프라이스 매대는 매장 안에서 집객을 만들어내며 소비자를 곳곳으로 움직이게 하는 ‘후킹(시선을 끌어당기는 장치)’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단순하게 대형마트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매장의 내부 동선까지 설계하는 전략으로 진화한 셈이다.



이마트 은평점. 노브랜드와 오케이 프라이스 매대가 나란히 진열돼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가공식품 소스류 면류 코너의 오케이 프라이스 매대. 파스타면 옆에 올리브유, 소스류를 함께 배치해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추가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연계 판매’ 전략을 보여준다. (사진=한전진 기자)



다만 아직 한계도 있었다. 비슷한 가성비 자체브랜드 노브랜드와 뒤섞여 매대 진열이 다소 어수선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시선이 분산되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 신선식품 쪽에서는 오케이 프라이스 구색이 부족했다. 김자반 등은 기존 가격과 큰 차이가 없어 매력이 덜했다. 지하 1층에서 만난 김유민 씨(43·여)는 “대패 목심 4980원 상시 판매는 좋은데, 정작 그 외에는 살 만한 게 많지 않았다”고 했다.

이마트는 올해 하반기까지 오케이 프라이스 상품군을 250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경에는 ‘통합 매입’과 ‘글로벌 소싱’ 역량이 있다. 지난해 7월 에브리데이를 합병하며 매입량을 두 배 이상 늘려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고, 해외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해서도 가격을 낮췄다. 이날 매장에서는 3겹 화장지 12롤(4480원), 휴대용 면도기 10입(2980원)을 손에 든 채 계산대로 향하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전문가들은 오케이 프라이스가 단순한 초저가 전략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의 활로를 찾는 실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이소가 5000원 이하 균일가로 성공하자 이마트도 그 흐름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온라인은 배송비 때문에 5000원 미만 상품이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오프라인은 직접 집어갈 수 있어 차별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마트 매장 입구의 ‘5000원이면 OK’ 홍보 영상. 오천원권 이미지를 활용해 직관적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한전진 기자)


한전진 (noretur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