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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대학병원에 방문해서 의사를 만나기까지는 제법 많은 사람을 거쳐야 한다. 그중 가장 최초로 만나는 사람은 접수창구 직원이나 간호사가 아니다. 내원객은 맨 처음으로 병원 정문에서 정복 차림으로 서 있는 보안요원의 얼굴을 마주한다. 그들은 병원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세자금대출 중도상환 막상 그들을 인지하는 사람은 드물다. 정확히는, 보안요원의 존재를 염두에 두거나 기억하는 일조차 드물다.
그럼에도 나는 보안요원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 응급실에는 통제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육체가 온전하지 않으면 감정이 격양된다. 감정의 표출 자체가 질환을 뜻하기도 한다. 난동을 피워서 타인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 서브프라임은행 는 경우 또한 흔하다. 그러나 의료진은 맨몸으로 완력이나 폭언에 맞서 싸우기가 어렵다. ‘응급실의 응급 상황’ 시 가장 먼저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보안요원이다. 허나 그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마 업무상 완력을 주로 사용하는 남성 조직 특유의 폐쇄성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대목동병원에 십년째 보안요원으로 근무하는 오명석(37) 팀장 굳이필요 을 병원 앞 경양식집에서 만났다.
“보안팀은 남자들만 있는 집단이다 보니 상명하복이 강했죠. 하지만 사회가 변하고 회사도 변해가더라고요.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편해졌어요.”
호남형에 체격이 좋은 그는 모두 소주를 마시는데 자신 혼자 ‘소맥’을 시켰는데도 괜찮았다며 웃었다. 나는 일단 이 일을 하게 된 경위와 취업 과정부터 신용불량자대출 물었다. 나는 그들이 운동이나 경호업계 출신일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취업에는 체력 테스트조차 없습니다. 관련 학과를 나오면 선배들이 도움을 주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이 없어요. 체격 건장하고 말이 너무 어눌하지만 않으면 일하는 데 문제가 없어요. 그래도 보안 일을 하다 오면 흐름을 파악하니까 수월한 면이 있죠. 저희는 모회사에 고용 역모기지론 된 파견직으로 대부분 정규직 채용이지만, 사실 입사 경쟁률 자체가 높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2교대 근무거든요.”
그는 이십대 중반에 처음으로 이 일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원래 꿈은 파일럿이었는데 색약이 있어 포기했다. 프로그래머를 꿈꿔서 관련 학과를 나와 취직했는데 중소기업 여건이 안 좋고 외부 활동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사무직과 맞지 않았다고 했다. 마케팅, 스키장, 요식업, 현금 호송일 등을 거치다가 보안요원이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에는 보안요원에 대한 욕밖에 없었어요. ‘불친절하다’ ‘싹수가 없다’ 저도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어요. 지원자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일 거예요. 그런데 막상 면접을 보러 병원에 갔는데, 위치를 물어보자 보안요원들이 친절하게 잘 대해주시는 거예요. 그때 선입견이 깨졌죠. 배울 것도 많고 새로운 경험이라 시작한 일이 벌써 십년이 되었네요.”
그 말을 듣고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보안요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글과 보안요원을 폭행해서 구속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반면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들의 업무는 막연히 ‘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그들의 정확한 업무는 어떻게 될까.



보안요원들은 항상 비상벨을 예의주시한다. 벨이 울리면 그들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달려간다. 남궁인 작가 제공


“주요 업무는 안전이에요. 병원 내에 화재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이 수많은 환자들이 모두 무방비잖아요. 일차적으로 불을 끄거나 대피를 시켜야죠. 또 순찰을 도니까 환자분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초로 목격할 확률이 높잖아요. 빠르게 조치를 받거나 치료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해드려야죠. 위해가 될 만한 시설물 조치를 부탁하기도 하고요. 비상벨이 울리면 그곳에 필요한 인원이 있다는 뜻이에요. 달려가서 우선적으로 인명을 보호합니다. 환자와 의료진 보호가 최우선이에요. 구조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돕고 폭행이라면 제압해야 합니다. 요즘은 주로 폭언이나 난동 사고예요. 그러면 저희가 그 사람 앞에 나서야 합니다. 목소리를 조금 낮춰달라고 부탁하고, 제스처도 크지 않게 잘 달래드려야 합니다. 사실 저희는 들어드리는 게 일이에요.”
‘들어드리는 일’이라고 표현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보안요원이 감정 노동의 대표적 직업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육체와 감정의 손상을 모두 감내하는 일이다. 언젠가 폭언을 가하는 환자 앞에서 눈물 맺힌 보안요원의 눈시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신입 때는 정말 괴로웠어요. 욕 한마디조차 집에 가서 생각이 날 정도로였어요. 내가 나쁜 행동을 하거나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이렇게 심한 욕을 할까. 그런데 일하다 보니 잊고 내려놓는 법을 배우게 되더라고요. 제가 잘 들어드려도 계속 욕을 하신다면, ‘저 사람도 나한테 화가 난 건 아니니까’라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 편해지더라고요. 차라리 신경을 안 쓰고 잘 들어드리는 편이 상대방에게도 좋고요. 욕을 들었으니 화가 나서 맞받아치면 끝이 없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없지요. 고생이 많으시다, 힘드시겠다, 정도로 답을 해드려야 해요. 저희는 합의를 찾는 게 아니라 감정을 진정시켜드리는 거예요. 의료진의 결정은 다 이유가 있을 테고, 아픈 분은 힘드시잖아요. 그 사이에 저희가 있는 거죠. 도저히 감정이 정리가 안 되면 다른 분에게 부탁해요. 그러면 조금 나아지는 경우가 있고요.”
감정을 교대하듯 그의 근무 또한 2교대였다. 주간에는 아침 7시에 출근하고 저녁 6시에 퇴근한다. 야간은 저녁 6시부터 아침까지다. 총 마흔명이 넘는 인원이 24시간 병원 구석구석을 지킨다. 많은 숫자에 놀라자 그는 병원이 넓고 환자가 많아 필요한 장소에 모두 배치되어야 한다고 했다. 안내 데스크와 응급실은 비워둘 수 없고 날씨가 덥거나 추우면 서 있기가 어려우며 화장실도 이용해야 하므로 한 시간마다 위치를 교대한다고 했다. ‘서 있는 일’조차 간단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회의 때 유의 사항을 숙지합니다. 눈비 오는 날이면 미끄럼 사고를 주의해야죠. 차량 통제 업무도 있으니까 당일 행사도 파악해야 하고요. 병동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사례를 공유합니다. 폭행으로부터 인명을 지킬 때 간격을 유지하는 법이나 강박 환자를 다치지 않게 잡는 법도 배우고요. 병원에는 남성의 완력이 필요한 일이 많습니다. 노약자나 거구의 환자를 옮기는 일도 저희가 돕습니다. 누군가를 보호해야 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노하우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일선으로 나선 시기는 단연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당시에는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떻게 견뎌냈을지 아득하다. 그들은 코로나19에서 알려지지 않은 영웅이었다.
“날씨와 상관없이 방검복에 방역복을 덧입고 일차적으로 모든 인원을 통제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했어요. 감염 증상이 있는지 하나하나 물어보고요. 화를 내거나, 제대로 답하지 않거나, 증상을 속이거나, 가지각색이었어요. 물리적 통제는 괴로운 일이잖아요. 임종 직전의 어머니가 저 너머에 있는데 왜 못 들어가게 하냐고 하소연하는 분도 있었고요. 그 사람들을 몸으로 막아서는 일은 아주 힘들었습니다.”
아마 방역 업무는 ‘보안요원’이라는 직업에서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병원에서 일한다는 것은 예기치 못한 많은 사건을 동반한다. 그에게 기억에 남는 사연을 물었다.
“처음 응급실에서 교통사고 환자를 만났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다리뼈가 튀어나오고 팔다리가 휘어져 있었어요. 제가 눈으로 직접 이런 장면을 볼 거라고 생각해본 적조차 없었거든요. 그런데 제 업무였지요. 손목을 그어서 뼈가 드러난 사람이 있었는데 제가 그 손을 잡아야 했고요. 원무과에서 칼을 꺼낸 사람도 만났습니다. 본능적으로 칼등을 잡았는데, 저도 막상 칼을 든 사람을 직접 마주한 건 처음이었어요. 어떻게 잘 제압했지만요. 총을 만들어 온 사람, 마약 중독자도 만났어요.”
다리뼈가 튀어나온 사람을 언급하자 그의 감정이 조금 흔들려 보였다. 그것은 훈련받은 의료진에게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모든 직업은 보람과 희망을 동반할 것이다.
“병원이다 보니까 사람이 많이 쓰러져요. 저희가 최초로 발견하면 응급 처치에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이 있어요. 사라진 사람을 수색하는 것도 저희 일이에요. 지체장애가 있는 분이셨는데, 폐회로티브이(CCTV)를 뒤져서 한시간 만에 찾았어요. 보호자분이 울면서 계속 감사하다고 인사하시다가, 먹고 싶은 것 없냐고 묻다가 가셨어요. 또 병원이다 보니까 사람들이 큰돈을 들고 오세요. 수표 포함해 1300만원이 든 지갑을 발견한 적이 있어요. 저희가 발견해서 다행이었지요. 신분증이 있어서 병원 전산을 통해 신원을 조회했습니다. 알고 보니 환자분은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던 거예요. 보호자분을 찾아서 연락을 드렸는데, 지갑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계셨더라고요. 저희에게 사례를 한다고 하셨는데, 한사코 거절했어요. 저희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오명석씨가 근무하는 모습.


놀라운 사연들이었다. 그는 보안요원을 정확히 ‘병원의 첫인상’이라고 칭했다. 그들은 정문 초소와 안내 데스크에 서 있기 때문에 맨 먼저 마주할 수밖에 없다. 환자들은 정복을 갖춰 입고 있으니까, 쉽게 무엇인가를 물어보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그들 또한 본인이 병원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긴다고 했다. 게다가 병원이 직장이라 알게 되는 지식도 많아서 좋다고 했다. 약간 뜬금없이, 그에게 인공지능(AI)과 본인의 직업에 대해 물었다. 그는 숙고하다가 답했다.
“솔직히, 에이아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희는 직접 치료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마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흥분해 있어요. 저희는 이분들의 감정을 상대합니다. 아무리 에이아이가 발달해도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할 거예요. 존댓말로 정중하게 얘기하신다고 해도 흥분한 목소리나 눈빛 같은 건 읽기 어려울 거예요. 에이아이에게 하소연한다고 마음을 달래기도 어려울 거고요. 사람은 눈빛만으로 감정을 알아챌 수 있잖아요. 저희 업무는 감정을 다룹니다. 이 일은 사람이 계속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버스 의자만 양보해도 감사하다는 소리를 듣잖아요. 그럼 기분 좋고 뿌듯하겠죠. 그런데 직장이 병원이라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순간이 굉장히 많아요. 다들 아프시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니까요. 그래서 사소한 행동 하나로 감사 인사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병원이 아닐까 생각해요. 제가 다른 곳에서 일을 했을 때, 이렇게까지 진심 어린 감사를 받을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고요. 어떤 일이냐를 떠나서, 감사 인사를 많이 받는 곳이라서, 이 직장이 좋습니다.”
깨달음을 주는 말이었다. 결국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었다. 건장한 남성이 스물네시간 정복을 입고 대학병원에 찾아오는 수천명의 노약자를 돕는 일이다. 인간이 직접 몸으로 맡아야 하는 정직한 일일수록 원칙 또한 정직하다. 인간에 대한 선한 마음으로 감정을 돌보며 매사에 감사하는, 당연한 원칙이 그에게 있었다. 그는 병원에 근무하는 또다른 프로였던 것이다.



작가 남궁인

남궁인 l ‘월급사실주의’ 동인. 산문집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제법 안온한 날들’ 등을 냈고 앤솔러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에 참여했다. 현재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이대목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