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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현대로템의 K2 전차. K방산의 매출액은 2023년 기준 23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현대로템 제공


2020년대 들어 인터넷과 SNS에서는 ‘국뽕’이라는 신조어가 점점 많이 보이고 있다. ‘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인 국뽕은 자국에 대한 환상에 도취되어 무비판적으로 자국을 찬양하는 행태를 뜻한다. 정치학적으로 국뽕은 올크레딧 6등급 전체주의 국가가 주민 결속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주입·확산시키며 심화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자존감이 낮은 개인이 자신이 속한 국가·민족·공동체 구성원의 성과를 확대·왜곡해 자신에게 투영함으로써 낮은 자존감을 보상받으려는 심리로 국뽕에 빠져든다고 본다. 이러한 국뽕은 전체주의 성향이 강한 후진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국뽕은 조회수가 곧 돈 공무원은행신용대출 이 되는 언론·유튜브 환경에서 최고의 아이템이다. 최근 언론과 유튜브, SNS에서 극찬하는 K방산 역시 이러한 국뽕 현상이다. 국뽕에 취한 대중에게 뭇매를 맞을 수도 있는 지적이지만 해외에서 K방산의 앞날에는 적색등이 켜진 지 오래다.

캐나다 "국방비 지출 확대"...K방산에 기회라지만
최근 마크 카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 니 캐나다 총리가 국방·안보전략을 발표하면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4% 수준인 국방비 지출을 2%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밝히자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K방산에 기회’ ‘한국에 기회’ 등의 제목을 붙인 기사들을 쏟아냈다. 캐나다가 재무장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쓰겠다고 밝힌 만큼, K방산이 수혜를 입는다는 논리였다. 국내 언론 보도들을 들여다보면 nh투자증권 현재 진행 중인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물론 전차·자주포·다연장로켓, 심지어 전투기 수출 이야기까지 나온다. 과연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일까?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인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CPSP)’은 이르면 내년에 사업자를 선정해 정식 계약이 체결될 예정인 240억 캐나다달러(약 23.8조원) 규모의 사업이다. 12척의 잠수함을 당일대출문의 도입하는 이 사업은 향후 30년 동안 지출될 유지·보수비용까지 60조 원 이상인 초대형 프로젝트인데, 한국·독일·스페인 등이 경쟁 중이다. KSS-III 배치 2를 기반으로 개발된 한국 제안 모델은 경쟁 모델 가운데 지속 잠항 능력·무장 능력이 가장 우수하지만, 현지 분위기를 보면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건조한 ‘장보고-III 배치-II(KSS-III)’ 잠수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미국·캐나다 관계 악화 속에서 출범한 마크 카니 내각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캐나다와 유럽 양쪽에서는 캐나다가 앞으로 몇 주 안에 유럽연합(EU) 주도의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에 서명할 것이라는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카니 총리의 정책에 따라 CPSP 역시 유럽 재무장 계획과 맞물려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일 캐나다 CBC 보도에 따르면 유럽은 캐나다가 유럽 재무장 계획에 합류할 경우, 안보·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캐나다를 EU 회원국으로 간주하고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캐나다가 유럽 재무장 계획에 합류할 경우 현재 추진되고 있는 주요 무기도입 사업들은 유럽 재무장 계획의 핵심 어젠다인 ‘바이 유러피언’에 따라 유럽 업체들이 독식하게 된다.

정치적 이해 관계 따라 결정되는 무기도입 사업 "한국은 불리"
국내 언론이 수주가 유력하다고 보도하고 있는 폴란드 잠수함 사업도 마찬가지다.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20억 유로(약 3.1조원) 규모의 이 사업 역시 한국과 유럽 업체들의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300톤·3,000톤급 모델 2종을 제안했고, 독일 U212CD, 스웨덴 A26, 이탈리아 U212NFS EVO, 스페인 S80+, 프랑스 스코르펜이 경합 중이다. 이 중 한국 잠수함 모델은 지속잠항능력은 물론 폴란드군의 핵심 요구 조건 중 하나인 지상 타격 능력 면에서 경쟁 모델들을 압도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일 미국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독일·스웨덴·이탈리아의 제안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역시 유럽 재무장 계획의 영향 때문이다.



1983년 4월 2일 진수 당시 돌고래-051. 대한민국 잠수함 기술의 시작으로 평가되지만, 이후 20년간 극비로 분류됐으며 이 잠수함의 존재는 2003년에야 공개됐다. 해군 제공


사실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 한국의 탈락 징조는 지난 3월부터 보였다. 폴란드 최대 군사전문지 디펜스24는 파베우 카르보니크 재무차관을 인용해 폴란드가 유럽연합이 제공하는 저금리 50년 분할 상환 조건 대출금 200억 유로를 받을 것이고, 이 대출금의 90%를 폴란드 국산 무기 구매에, 10%를 유럽산 무기 구매에 지출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그 10%가 바로 잠수함 3척을 구매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보다는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중시하며 한국산 무기 구매에도 적극적이었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전 총리와 달리 도날트 투스크 현 총리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지내기도 한 대표적인 친독 성향 정치인이다. 유럽 재무장 계획을 제안한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독일인이고, 지난해 그의 EU 집행위원장 연임을 가장 적극적으로 밀었던 세력이 투스크 총리가 속한 정당인 시민연단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투스크 집권 이후 K2 전차 추가 계약 지연, FA-50PL 사업 지연 등의 문제들이 연이어 터진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런 폴란드가 20억 유로 규모의 무기 도입 사업에서 한국과 손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소산이다.

성능 등 압도적 우위였지만 수주 실패한 2023년 노르웨이 차기 전차 사업
무기체계 거래에서 성능·가격 우위가 정치 논리에 의해 무너지는 사례는 국제 무기 시장에서는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지난 2023년 노르웨이에서 이런 상황을 한번 겪은 적이 있었다. 신형 전차 54대를 구매하는 노르웨이 육군의 차기 전차 사업 당시 한국이 제안한 K2NO 전차는 경쟁 모델인 독일 레오파르트 2A7NO와 비교했을 때 성능·납기·비용 등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였고, 노르웨이 육군과 국방물자청은 내각에 K2NO 전차를 구매하겠다고 보고했었다. 그러나 친독 성향의 요나스 스퇴레 내각은 군의 보고서를 반려하고 독일 전차 구매를 밀어붙였고, 이에 격분한 군 수뇌부가 전차 도입 사업 자체를 날리자며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이 때문에 총리가 주관한 최종 사업자 선정 발표 기자회견에는 국방장관과 재무장관만 참가하고 군부 관계자 전원이 보이콧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4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10회 국제 국방 및 재난 방지 기술 전시회'에 전시된 K2 전차. 현대로템 제공


무기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정치·외교적 변수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상황은 유럽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유럽이 러시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군비 증강에 나선 것처럼, 미국 역시 중국이라는 적에 맞서기 위한 재래식 무기 구매 확대를 추진 중이다. 여기서도 ‘정치’가 모든 의사결정을 좌우하고 있다. 방위산업을 비롯해 제조업 전반을 강화하는 데 진심인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이 아메리카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군이 쓰는 모든 장비는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견지하되,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미국 업체들이 즉각 공급하기 어렵거나, 생산 능력이 부족한 품목은 해외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다.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마련한 해군준비태세보장법에 적시된 것처럼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국가의 기업 중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기업에만 미군 조달 사업에 참가할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반중 정책에 부합하는 국가, 기업하고만 거래하겠다는 이야기다. 유럽 국가들이 ‘우리 편’이라고 인식한 동맹국들하고만 무기 거래를 하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산 무기 경쟁력 있지만...
전문가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무기체계 그 자체의 제원이나 신뢰성, 납기와 가격, 후속군수지원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보면 한국산 제품은 분명히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국가 간의 무기 거래는 무기체계나 제조사의 경쟁력만 가지고 흥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전체주의 진영 간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신냉전 시대이기 때문에 모든 바이어들은 제품 그 자체보다 믿을 수 있는 공급자를 원한다. 지금은 구매자들 속사정은 생각지도 않고 ‘K방산 돌풍’이나 ‘세계 4대 방산대국’ 따위의 국뽕으로 국민들을 우롱할 때가 아니다. 방위산업을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공약이 진심이라면, 우리가 미국·유럽과 같은 선에 서서 공동의 가치를 위해 싸우는 전우라는 믿음을 우방국들에 심어주는 것이 먼저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