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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토요일 오전 11시라는 이른 시각이 염려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행사 고지글과 사진부터 올렸다. 행사 며칠 전 한 번 더 올린 게시물엔 ‘좋아요’가 100개도 넘게 쏟아졌으니 적어도 열 명은 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행사 전날 저녁 렙스
신청자 수를 물었더니 “네다섯 명쯤…”이라는 실장님의 소심한 대답이 돌아왔다. 큰일이다 싶었지만 아침에 결정하고 오는 사람이 또 있겠지, 하고는 그냥 잤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강남역에 있는 카페 겸 갤러리인 행사 장소로 갔더니 걱정했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북토크 참가자가 딱 한 명인 것이다. 예약 인원도 워낙 적었지만 그나마 오기로비에이치 주식
했던 사람들에게 일이 생겨 죄다 펑크를 낸 것이다. 그날의 유일한 참가자는 40대 여성분이었는데 남편이 차로 여기까지 태워다 주고 자신은 백화점에 가 있겠노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난감했다. 이쯤 되면 주최 측에서 “오늘은 그냥 취소하시죠”라고 말하는 게 보통이지만 그날은 달랐다. 실장님은 미안한 표정으로 포토그래퍼 겸 카페 사장님을 불러사모펀드
옆에 앉히더니 내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렇게 하면 세 명이에요. 그냥 시작하시죠.”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장석주 시인도 지방 강연 갔다가 강연장에 딱 한 명이 앉아 있길래 그분을 앉혀 놓고 시와 인생에 대해 논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준비해 간 파워포인트 화면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 내가 낸 책은증권전망
필사책이었으므로 ‘좋은 문장으로 되찾는 삶의 의미’라는 콘셉트하에 메모와 필사를 하면 좋은 점들을 이야기했다.
좋은 글을 읽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필사는 적극적으로 읽는 행위이며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한 스텝이다, 책을 지저분하게 다뤄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등등의 통찰을 전했다.
도중에 목이 타 물을 마셨더항셍주가지수
니 유일한 참가자가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는 얘기도 써야겠다. 1시간 반의 강연이 끝나자 세 사람은 돌연 감동적인 얼굴로 변했다. 여성 참가자는 “과외받는 기분이었다”며 “이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토머스 하디의 중편소설 ‘환상을 좇는 여인’은 기가 막힌 이야기다. 중산층 여성 엘라는 실용주의로 무장한 군인 남편, 그리고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엘라는 마음 한편에 예술적 욕망을 품고 남몰래 글을 쓴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여성에게 글을 쓰고 발표하는 일이 쉬운 건 아니었다. 어느 여름날 가족과 함께 떠난 휴양지의 하숙집 벽에서 엘라는 흠모했던 시인의 흔적을 발견한다. 로버트라는 시인의 책장엔 그의 시집과 원고가 남아 있고, 벽에는 초고가 연필로 희미하게 쓰여 있다.
엘라는 이 시인의 시를 읽으며 마음을 빼앗긴다. 시인의 영혼과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은 그녀는 남편 몰래 남성의 이름으로 시를 써서 로버트에게 보낸다. 편지가 오간다. 서로 얼굴은 모른 채 문학적 교감이 쌓여간다. 그러던 어느 날, 로버트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엘라에게 들려온다. 그는 ‘하나님이 날 몹시 아끼는 여인을 하나만 보내주셨다면 나는 죽지 않았을 텐데’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고 엘라는 낙심한다.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유일한 여인이었던 그녀는 몇 년 뒤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쯤에서 끝나면 좋겠지만 하디는 마지막에 폭탄을 하나 더 던진다. 세월이 흐른 뒤, 엘라의 남편이 신문에서 막내아들과 얼굴이 닮은 남자 사진을 발견한다. 그제야 휴양지에서의 그 여름이 퍼즐처럼 맞춰진다. ‘이 녀석은 내 자식이 아니었구나.’ 그는 아들에게 말한다. “저리 가. 넌 나와 상관없는 놈이야.”
강남역에서 했던 북토크를 생각하면 이 소설이 떠오른다. 로버트를 살릴 수도 있었던 ‘단 한 사람’을 나는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객석에 단 한 사람이 남아 있더라도 자신은 기꺼이 노래를 부를 것이라는 어느 가수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편성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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