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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과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바이오 기업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가상화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조달 창구는 한정적이다.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속도를 내면서, 일부 바이오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중장기 재무자산으로 삼아 연구개발(R&D) 재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가상화폐에 뛰어든 바이오 기업들이 등장했다.
◇R&D 자금 kb학자금대출 확보 위해 가상화폐 사업
에이프로젠의 자회사인 AP헬스케어는 지난 7일 정관에 블록체인·가상화폐 투자·금융업 등 관련 사업을 추가했고, 사명도 ‘앱토크롬(APTOCROMAP)’으로 바꿨다. AP헬스케어는 외피용약, 소화기관용약, 항생물질제제 등 의약품을 유통·판매하는 회사다.
에이프로젠의 또 다른 자회사 앱트뉴로사이언스도 이자계산 지난 6월 미국 현지 자회사를 통해 가상화폐 투자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보유 현금 1200만달러(한화 165억3000만원)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매입을 시작했으며, 이를 중장기 안정 수익원으로 삼아 R&D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들의 모기업인 에이프로젠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와 위탁개발생산(CDMO)을 은행별 이자율 주력으로 하고 있다. 현재 스위스 로슈의 유방암·위암 치료제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유럽 허가를 준비 중이고, 자회사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미국 애브비의 자가면역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고 있다.
에이프로젠은 지난해 12월 열에너지 기업인 지오릿에너지(현 앱트뉴로사이언스)를 인수하면서 파킨슨병 치료제 개 농협신용대출이자 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정종경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장과 함께 도파민 신경 사멸을 막는 새로운 방식의 물질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앱트뉴로사이언스는 3년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태다.
앱트뉴로사이언스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이 필요했다”며 “ 연소득 비트코인처럼 성장성과 희소성이 뚜렷한 자산에 직접 투자하고, 관련 사업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가상화폐 사업은 상장 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들의 돌파구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항암 신약 개발사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지난 6월 미국 가상화폐 헤지펀드 파라택시스에 경영권을 넘기고 사명을 ‘파라택시스 코리아’로 변경했다. 이정규 전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새 법인의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브릿지바이오는 2019년 기술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의 임상 2상 시험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며 경영난에 빠졌다. BBT-877은 지난 2019년 1조4600억원 규모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이전됐다가, 2020년 10월 독성 문제로 권리 반환됐다.
브릿지바이오는 자체 임상시험을 통해 재기를 노렸지만, 누적 적자로 인해 지난 3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자기자본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韓·美 비슷한 행보…업계는 본업 소홀 우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항암 신약 개발사 메이파마(MEI Pharma)는 지난달 유상증자로 조달한 1억달러(1392억원)로 가상화폐인 라이트코인(LTC)을 매집하겠다고 발표했다. 라이트코인 창시자인 찰리 리가 메이파마 이사회에 정식 합류하면서 가상화폐 사업이 회사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암·심혈관질환 신약 개발사인 윈드트리 테라퓨틱스(Windtree Therapeutics)도 같은 시기 바이낸스코인(BNB) 확보를 위해 최대 2억달러(2770억원)를 조달할 계획을 밝혔다. 염증성 질환 신약을 개발 중인 180 라이프 사이언스는 이달 초 사명을 ‘이더질라(ETHZilla)‘로 바꾸고, 가상화폐인 이더리움(ETH)을 전략적 재무자산으로 전환했다.
바이오 기업들이 가상화폐에 뛰어든 배경에는 제도적 변화가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화폐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와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 법안이 발의되면서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바이오 기업들이 본업인 신약 개발보다 가상화폐 사업에 더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릿지바이오와 앱트뉴로사이언스 모두 바이오 R&D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는 가상화폐 사업이 주력 사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가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르고 시장 반응이 긍정적일 수는 있다”면서도 “가상화폐를 통해 자금 확보가 얼마나 가능할지 불확실하고, 당장은 바이오 R&D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은 현재 자금난에 시달리는 바이오 섹터에서 두드러지지만, 점차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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