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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달아올랐다. 듯한 뭔가 를 퇴근 씨?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2010년 11월15일부터 울산공장 1공장 CTS 작업장을 점거한 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피고 문준호(가명). 그는 두 가지 소송의 당사자였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모두 그가 2000년대 초반부터 몸담아 일했던 일터, 현대자동차다. 문씨는 현대차 하청업체 노동자로 입사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현대차는 정규직 노동자 수천 명을 정리해고하면서 그 자리를 비정규직 노동자로 메웠다. 그 자리에 문씨가 들어갔다.


“왼쪽 바퀴는 정규직,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라는 말처럼 정규직 노동자와 하 4월금리인상 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함께 일했다. 기술의 전문성도, 업무를 지시하는 주체도 차이가 없었지만 보수와 처우는 크게 달랐다. 그러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이 급물살을 타는 계기가 생겼다.


2010년 7월,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가 ‘현대차로부터 직접 노무지휘를 받는 세계자동차 파견 관계에 있으며 2년을 초과해 근무하였으므로 현대차가 최씨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했다. 현대차의 비정규직 사용이 불법파견이라고 본 것이다. 현대차 울산·전주·아산 공장에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1600여 명 넘게 늘었다. 문씨도 이때 비정규직 투쟁에 합류했다. 회사의 탄압은 노골적이었다.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무료신용정보조회 사내하청업체 관리자가 비정규직 노조 대의원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때리고 식칼을 휘두르는 일이 벌어졌다. 지회에서 여는 대법원 판결 설명회를 막기 위해 휴게실을 폐쇄하거나, 가족에게 연락해 노조 탈퇴를 압박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해 11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 4대보험 의무가입 구하며 25일간 울산 1공장 CTS(도어 탈착 작업장)를 점거하며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한 노동자가 분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대차 해고노동자 엄길정씨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당시를 “거칠고 강경한 투쟁이었다기보다는 절박하고 처절했던 싸움”이었다고 회상했다. 물과 음식이 부족했다. 추위와 배고픔과 싸운 시간이었다. 공장 밖에서는 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제1금융권학자금대출 정규직 전환 촉구 집회를 열며 이들을 기다렸다.


파업 이후 현대차는 노조 간부와 파업 참가자를 대상으로 200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문준호씨도 수많은 피고인 중 한 명이 되었다. 이후 그는 2013년에 이루어진 3공장 파업에도 동참했고 두 번째 손배소송 피고가 되었다.

“소송수계, 일종의 괘씸죄 아닌가”

두 소송의 피고인은 문씨를 포함해 6명. 2심 법원이 선고한 손해배상 원금은 모두 약 6000만 원이었다. 이후 ‘지연이자’가 붙으면서 2억3800만원가량으로 불어났다. 문씨는 손배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를 상대로 대법원에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냈고 2022년 10월 승소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소송 두 건은 계속 이어졌다. 현대차가 노동자를 불법파견한 것이 법적으로 인정됐지만, 회사는 그와 별개로 손배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생전의 문씨도 예상했던 상황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을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문씨가 세상을 떠난 뒤 유족에게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진 것이다. 일명 ‘소송수계’다.




진보당 윤종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민병덕, 손잡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등이 6월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에게 손배소송을 이어가려 한 현대차를 규탄하고 있다. ⓒ 윤종오 의원실 



올해 1월10일 손해배상 소송의 당사자인 문준호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5개월 뒤인 6월19일 현대차는 2025년 문준호씨의 상속인인 75세 노모에게 피고인의 지위를 승계시켜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사측이 파업에 동참한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일 자체는 낯설지 않다. 2018년, 한진중공업은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파업으로 발생한 재산 손실을 변상하라며 노조에 손해배상액 158억원을 요구했다. 30대였던 당시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은 이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었다. 쌍용자동차와 경찰은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한 노조에 47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액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망한 노동자 가족에게 손해배상 소송수계를 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6월23일, 〈한겨레〉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민사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현대차는 당일 오후 “노모에 대한 소를 취하해 종결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종결’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정확히는 ‘소송수계 취하’다. 문씨를 제외한 다른 피고인들에게 손해배상액이 고스란히 전가돼 소송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현대차 해고 노동자 엄길정씨는 이번 소송수계 사태를 지켜보며 “회사와 맞서면 이렇게 된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던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엄씨는 2010년 파업 당시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로 비정규직 파업에 연대했다. 파업 이후 현대차는 엄씨를 포함해 29명에게 20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23년,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2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그사이 피고는 29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회사는 피고인 일부에 대해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등의 약속을 받고 소를 취하해왔다. 엄씨는 남은 피고인 4명 중 유일한 정규직 노동자였다. 원금이 20억원이었던 손해배상액은 지연이자가 더해져 올해 35억원을 넘어섰다.


“소송수계라는 것은 듣도 보도 못했다. 일종의 괘씸죄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문준호 동지는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했고 대법원까지 가서 이겼다. 결국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회사가 임금 차액 등을 지불해야 했다. ‘우리(회사)를 상대로 당신(노동자)이 그렇게까지 했단 말이지?’하는 보복심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엄씨는 문씨 유족에게 벌어진 일을 듣고 두 자녀를 떠올렸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35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이 자녀들에게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름이 돋았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이 7월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최근 현대차가 행한 ‘소송수계’와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가족은 파업 노동자들에게 가장 약한 고리다. 투쟁을 결단한 많은 노동자들은 자신의 파업 참여로 인한 가족의 고통을 보며 자책한다. 엄길정씨와 같은 20억원 손해배상 소송의 피고인, 해고 노동자 최병승씨는 15년간 자신의 삶을 옥죄고 있는 손배 소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손배 소송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언제든 내가 지켜오고 있는 지금의 일상이 가압류, 가처분 등으로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두렵고 불안하다. 하지만 내가 한 일이니 내가 짊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티기도 한다. 가장 괴로운 건 투쟁을 하지도 않았고, 현대차 노사관계와 아무 상관도 없는 가족까지 내가 져야 하는 무게를 짊어져야 할 때다. 현대차는 이것을 겨냥한 것이 아닐까.”


현대차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문씨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려면 이분의 권리를 상속받은 분에게 우선 소송을 수계하고, 그 후에 소를 취하할 수 있어 이 같은 법적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준호씨의 사건을 법률 대리한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소송수계를 거치지 않고도 피고 개인에 대한 소송을 취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기호 법률원장은 현대차 소송수계가 하나의 해프닝이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한 명확한 ‘메시지’라고 봤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해야 할 만큼 경영이 위태롭던 회사가 굴지의 대기업이 됐다. 여기에는 분명 수많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고가 있다. 대법원이 현대차의 불법파견 행위를 인정했다.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는 사측의 불법행위에 대항하는 정당한 주장이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비정규직 투쟁의 당사자 및 그들과 연대한 노동자들을 고통을 줘야 할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소송수계는 그런 행태의 일환이다.”


2023년, 법원은 현대차가 20여 년간 비정규직 노동자를 불법 파견한 데 대한 대가로 3000만원을 선고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그사이 현대차 매출액은 2004년 약 27조4725억원에서 2023년 약 162조6636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차는 여전히 파업 사태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다섯 건을 진행하고 있다. 상고 비용이 없어 항소심에서 손해배상액이 확정된 사건도 세 건이다. 이 세 건 소송의 피고인은 7명. 이들에 대해 지금도 언제든 회사가 집행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지연이자를 포함해 400억원에 이른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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