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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 무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래로 총포가 뿜어내는 화염과 굉음은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처절한 참호전이 벌어졌던 제1차 세계대전, 고지에서 공방전이 벌어졌던 6·25 전쟁에서도 지상 전투는 총포의 울림에서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무인정찰기를 전선에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같은 기조를 깼다. 전선에서 교전중인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은 총을 쏘기에 앞서 육안으로는 쉽게 포착되지 않는 소형 드론을 투입하고 있 오케이저축은행 다.

대당 가격이 수백만원에 불과한 드론은 군인이 맨눈으로 보기 힘든 전선 너머의 적진을 정찰하고 타격하면서 적군에 큰 타격을 입히는 모양새다.
최대 수㎞에 불과했던 보병의 감시·타격범위는 수십㎞로 확장됐다. 정찰과 공격을 위해 상급부대에 지원을 요청할 필요성도 낮아졌다.
우크라이나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전쟁에서처럼 중·소대 규모의 부대에서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병 작전의 패러다임이 바뀔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군도 새로운 시대를 맞아 한반도 실정에 부합하는 드론 전술을 개발하고, 기갑·포병·항공 등의 병과와 합동작전을 통해 합동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간은 숨고, 드론이 타격한다
모델 한지우 전쟁의 핵심인 소부대 보병 전투는 기술 발달과 더불어 타격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왔다.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당시 머스킷 소총 유효사거리는 50∼100m에 불과했으나, 한국군 K-2 소총은 600m에 달한다. 박격포와 유탄기관총 등이 추가되면서 소규모 보병부대 타격 범위는 수㎞로 늘어났다.
우크라이나 우체국인터넷뱅킹 전쟁은 이같은 기조를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포탄과 병력이 끝없이 소모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더 싸고, 더 많이 생산해서 인적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무기가 절실해졌다.



독일에서 제작된 FPV 드론이 상자 위에 놓여 있다. 로이터 통신
우리케피탈


드론은 이같은 수요에 가장 잘 부응했다. 특히 민간용 1인칭 시점(FPV) 드론은 전선에서의 보병전투 양상을 크게 바꿨다. FPV 드론은 온라인에서 대당 수백만원 정도에 거래될 정도로 저렴하다. 구입·휴대·사용·개조도 쉽다.

위력은 다른 소규모 지상전투무기보다 강력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군 FPV드론은 20∼30㎞까지 날아가면서 적군을 정찰하고 타격한다. FPV 드론 위협으로 전선에 있던 중화기는 후방으로 물러서거나 은폐할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는 분대·소대급 부대도 대대급 부대처럼 수십㎞ 범위의 교전 구역을 확보할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미래전 양상을 송두리째 뒤바꿀 요소로 평가된다.
FPV 드론처럼 정찰과 타격을 함께 실시할 수 있는 저가 소형 드론이 지금처럼 대량생산된다면, 소부대 보병전투는 근본적 의미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전장이 평면적 차원에서 3차원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범위도 크게 확장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소대·중대 타격범위를 벗어난 적군 표적인 상급 부대에 지원을 요청해서 공격했다. 상급 부대 무인정찰기나 대포병레이더, 수색대 등이 적군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타격하는 단계적·순차적 킬 체인이 가동됐다.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시민들이 광장에 높인 FPV 드론들을 촬영하고 있다. AP 통신



하지만 FPV 드론을 전선의 소대·중대가 사용하면, 20㎞ 거리를 날면서 정찰·탐지작전을 펼칠 수 있다. 표적을 발견하면 곧바로 돌입해 자폭공격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탐지·식별·타격에 이르는 킬 체인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작전 소요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드론이 탐지한 정보를 상급부대로 보내서 타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급부대로선 적군의 동향을 탐지할 자산이 늘어나는 셈이다.
소부대에서 드론의 비중이 증가한다면, 적군도 드론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엔 공군 작전에서 중시되지 않았던 고도 수백m 이하의 저고도에 대한 제공권을 장악해야 적군의 드론 동원을 저지하면서 아군의 드론이 자유롭게 활동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소대·중대급 부대에 맞는 안티 드론 체계도 확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 요격작전에 효과가 입증된 산탄총과 기관총, 휴대용 전자전 장비, 야간투시경, 드론 킬러 드론 등도 배치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만든 RZ-100 자폭드론. 타스 통신



FPV드론과 안티 드론 체계가 소대·중대급 부대의 보병과 결합하면, FPV 드론이 정찰과 타격을 먼저 수행하고 보병은 드론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전장에 진입해서 교전한다. 적군의 드론은 안티 드론 체계가 저지한다. 이를 통해 인명피해를 줄이면서 신속한 작전 행동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소부대 지휘관의 역량이 중요해진다. 드론이 탐지·식별·타격을 실시간으로 진행하면서 전투 양상이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정보도 예전보다 더 많이 들어온다.
지휘관은 예전보다 더 많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드론이 20∼30㎞ 거리까지 활동하므로 소대·중대 지휘관도 대대장 못지 않은 시야를 갖출 필요가 있다.
숙련된 장교와 부사관, 이들을 도울 의사결정 지원체계가 함께 구축되어야 하는 이유다.



육군 장병들이 의심시설을 정찰하는 훈련을 하기에 앞서 소총사격무인정찰기를 점검하고 있다. 육군 제공



◆전면적 드론 혁신 시급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드론 운용은 한반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러시아를 돕고자 1만여명의 병력을 파견한 북한은 드론과 안티 드론을 결합한 보병전술을 습득하고, 러시아의 드론 제작 기술과 전자전 기술 등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실전 경험과 드론·안티 드론 전술 및 기술이 결합하면, 보병전투에서 북한군이 한국군에 위협이 될 가능성도 크다.



경찰특공대 대원이 드론 재밍건으로 드론 공격을 저지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군도 드론을 보병전투의 중심에 놓고 전술과 교리, 획득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인구절벽’에 직면한 한국군은 시간이 지날수록 병력 규모가 감소한다. 그만큼 인적 자원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은 높아진다. 전장에서 병력 소모를 최소화해야 전면전과 안정화 작전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다. 드론은 이같은 딜레마에 대한 대안이다.
우선 소부대 전투의 개념부터 전환해야 한다. 드론을 토대로 하는 소부대 보병전투는 지상의 병력이 총을 쏘는 것이 아닌 드론의 비행에서부터 시작된다. 전투 주도권이 지상에서 공중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같은 국면에선 장병들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개별 부대원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져 한다. 병사도 간부도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드론을 띄울 수 있도록 드론 조작법과 전술을 사전에 익혀야 한다.
지휘관들은 드론을 투입해야 할 표적을 식별하고 표적까지의 비행경로 등을 설정하는 능력을 갖추고, 적군 드론의 기습에 대비해 대(對)드론전을 지휘할 역량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육군사관학교와 3사관학교를 포함한 초급 장교 교육 과정도 개편할 필요가 있다. 드론 기반 보병전투를 치르는데 필요한 소부대 전투 기술과 드론 기술, 정보 융합, 의사결정 등에 대한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교리와 기술 정립도 필수다. 드론 기반 보병전투를 준비하되,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에 적합한 교리와 소요제기가 있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쓰이는 광케이블 FPV 드론은 전자전 시도를 무력화하면서도 20㎞ 이상을 날아갈 수 있지만, 산지와 시가지가 많은 한반도에서는 비행에 제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육군 장병들이 적의 드론 공격을 제압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북한군 전자전 시도를 회피하면서 소대·중대급 부대가 쓰는 드론을 최대한 멀리 보낼 전술과 기술 연구가 필요하다.

북한군 드론을 저지하고자 전자전을 벌일 때, 아군 드론이 간섭을 받아 통신이 두절되거나 추락하는 일이 없도록 전자전과 드론 작전을 유기적으로 연동할 필요도 있다.
소형 드론에 전자전 시도를 저지하는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이 기술은 155㎜ 정밀유도포탄에 대한 전자전 시도로 명중률이 크게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는데도 쓰일 수 있다.
소대·중대급 부대가 대량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드론의 가격을 낮추고, 단기간 내 대량생산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드론이 비싸다면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일선 부대에서의 사용 빈도는 낮아지고, 전술적 효과는 반감된다.
원가 절감과 더불어 혁신적 기술 또는 기존 기술의 효율적 융합을 통해 비용을 낮추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드론이 중심이 되는 지상전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추세다.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벌어진 스페인 내전에서 당시로선 새로운 군사기술과 전술이 등장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래전 양상을 엿보는 예고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소부대 전투 양상, FPV 드론의 사용법은 미래 보병전투가 드론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교훈을 토대로 전술과 교리를 개선할 북한군에 맞서 한국군도 드론 기반 지상전을 준비해야 할 때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