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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공예가 편예린의 작품은 돌의 형상을 해 독특하다. 단단해 보이지만, 연약함이 공존한다. 그는 자연에서 발견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도자로 기록한다.
흙을 빚어 형태를 만들고 불에 구워내는 도자공예는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공예이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그릇, 백자나 청자 같은 장식품 등을 만드는 도자공예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왔다.



돌 형상으로 표현한 자연
도자공예가 편예린의 작품은 기존에 봐왔던 도자공예품과는 사 대출중개수수료 뭇 다른 형태이다. 돌 형상이면서 이끼 등을 활용해 표면의 질감이 독특하다.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도자를 작업하고 있어요. 친숙한 자연의 요소들을 도자로 낯설게 재구성해요. 이런 작업 방식은 사물에 관한 고정된 인식과 가치에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에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 이것좀 나19) 시기에 찾아간 산에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작품에 풀어냈다.



도자공예가 편예린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작업대 앞에서 미소 짓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에 관심이 있었어요. 코로나19로 거리 두기를 하 차용증 면서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자연, 특히 산에 자주 갔어요. 산에 다니면서 많이 봤던 풍경이 돌에 붙어 있는 이끼였어요. 이전에는 이끼나 꽃 등이 덧없고 연약한 존재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곳에 있으면서 그 존재들의 생명력이나 에너지 그리고 순간에만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의 작품에서는 그에게 영감을 준 돌과 이 기업은행 마이너스통장 발급대상 끼, 꽃, 풀, 눈 덮인 풍경 같은 자연의 세부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계속 변하는 자연의 성질이 인간의 삶과 닮아 있어요. 계속 변한다고 해서 의미나 가치가 없는 게 아니라, 그렇기에 오히려 존재하는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생각해요.”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올해 이탈리아에서 이신폰 열린 도자 비엔날레 공모전에서 수상해 현지에서 작품을 전시 중이다. 작가로서 활동도 해외에서 먼저 시작했다. 영국 왕립예술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한국에 들어왔다.
“영국에 있을 때 한국에 있는 뚝섬미술관에서 전시 초청을 받았어요. 한국 활동을 안 할 때라 저를 어떻게 찾으셨을까 신기했죠. 그때 이후로 전시를 계속하고 있어요.”


흙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
그가 주로 사용하는 도자 기법은 석고 캐스팅을 활용한 가압 성형 방식이다. 작업은 돌을 수집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가 수집하는 돌은 표면에 굴곡이 많은 것이다. 수집한 돌 표면에 붙어 있는 먼지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세척한 후 석고로 본을 뜨는 캐스팅 작업을 한다.

“돌의 형태에 따라 석고 틀이 6~10개 나와요. 석고 틀에 얇게 편 점토를 눌러서 붙여요. 이 기법이 가압 성형인데, 돌 표면을 점토로 다시 뜨는 작업이에요.”
여러 개의 석고 틀에 붙인 점토가 어느 정도 건조되면 다시 하나가 되게 접합한다. 접합하는 면에 스크래치를 내고 흙물을 풀질하듯이 발라야 잘 붙는다. 점토가 반건조되면 석고 틀과 분리하고 접합한 부분을 도구를 사용해 정리한다.



도자공예가 편예린의 작품.


“정리된 표면에 실제 이끼를 부착해요. 이끼를 ‘백자 슬립(흙물)’에 여러 번 담가서 붙이죠. 표면의 질감이나 이끼의 디테일을 묘사하는 정교한 과정이에요.”
이제 색을 낼 차례다. 백자 슬립과 도자 안료를 섞어 만든 ‘색 슬립’을 스프레이건으로 뿌리거나 붓으로 바른다. 마지막으로 유약을 발라 1250℃ 가마에서 소성하면 작업이 끝난다. 소성은 적게는 3~4번, 많게는 8번까지도 한다.
“도자 안료는 물감처럼 바로 발색되지 않고 흐릿하게 색이 나와요. 가마에서 소성하기 전까지 어떤 색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어요. 막상 가마에서 나왔을 때 색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다시 색을 입히고 소성하죠. 마지막으로 가마에서 꺼내는 날짜를 작품명에 표기해요. 가마에서 꺼내지면서 작품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 거예요.”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길게는 한 달 정도 소요된다. 완성된 작품 표면에는 이끼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끼는 가마에 들어가면 타서 없어져요. 이끼를 부착한 자리에는 이끼가 있었던 흔적이 남아 독특한 표면이 형성돼요. 작업 과정에서 본래의 형상은 모호해지죠.”
그는 일련의 작업 과정을 통해 사물의 고정된 의미를 해체한다. 작품을 보는 이들이 각자의 경험에 따라 사물을 해석하고 고유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제 작품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거칠어 보이기도 하고 섬세해 보이기도 해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생각이 들도록 실제 돌 같지 않으면서 너무 인위적이지 않게, 그 사이의 경계를 지키려 노력하고 있어요.”


구멍에서 파생되는 상상들
그의 작품은 대부분 구멍이 뚫어져 있다. 석고 틀에서부터 계획해서 구멍 부분을 남겨둔다. 같은 돌을 본떠 작업하더라도 어디에 구멍을 뚫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구멍이 있으면 안을 들여다보며 상상도 하게 되고 작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요. 돌 자체는 단단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데, 제 작품에서 돌 형상은 구멍도 뚫려 있고 잘 깨질 것 같기도 해요. 구멍을 뚫는 행위로 ‘돌은 단단할 것’이라는 익숙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접근을 할 수 있죠. 또 일반적으로 도자공예품은 안이 비어 있어요. 어떤 분들은 안이 채워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구멍을 뚫는 이유도 있어요.”
최근 작업하는 시리즈는 ‘덧없는 순간들을 위한 시’다. 이전 시리즈보다 크기가 커지고 형태가 복잡하다.



색감을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들.


“시리즈 제목은 사라지거나 변화하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고, 감각하며, 기억하는 일종의 기념 형식을 의미해요.”
10월에는 홍콩에서 첫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개인전에서 선보일 작품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인식할 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작품을 감상하시면 좋겠어요. 이끼의 잔재 등 가까이에서 봐야 보이는 작은 요소들도 많이 봐주시길 바라요.”
도자공예가 편예린은 자신만의 관점으로 바라본 세상을 고유한 시각적 언어로 표현해낸다. 그는 예술이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고, 무뎌진 감각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그가 예술가로서 우리 일상에 부여할 새로움이 기다려진다.
글 허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