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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은 취업을 준비하는 2030뿐 아니라, 재취업을 위해 자격증 열풍에 동참한 5060까지 세대별 현황과 원인을 짚어보고, 우리 사회가 이처럼 자격증 시험에 집착하게 된 배경을 들여다봅니다.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서울특별시교육청 남산도서관 5층 열람실에서 중장년층이 자격증 공부에 몰두하는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2009년도저소득층지원


"금융권에서 평생을 일하다 퇴직이 임박한 상황이라 막연하게 학원부터 등록했어요. 생소한 분야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어느새 취업을 위한 모의 면접도 받으면서 인생 제2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퇴직 지급할 한 주변 지인들의 권유로 전기기능사 시험에 도전했다는 김 모 씨(59)는 지난 4월 필기와 실기 시험을 한 번에 합격하는 '동차 합격생'으로 해당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 등 기술과는 전혀 무관한 문과 계열 전공자"라며 "늘 정년이 오는 게 두려웠는데, 자격증 취득으로 제2의 인생은 오래 유지하고 싶다"며 취득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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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라리 내가 딸까"…5060, 전기 자격증 열풍



인도 구자라트주 파탄 지역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최근 퇴직을 앞둔 중장년층의 전기 산업 카드론 신청방법 및 관련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 기조가 자리한다. 
이재명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지역 분산형 전력망(VPP) 구축에 나서는 한편,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린수소 등 익금과손금 연계 전력망도 함께 확대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의 에너지·기후 관련 기능을 통합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본격화되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전문 인력 공급을 위해 고용노동부는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제도를 통해 전기기능사, 전기산업기사 등 기술 인력 양성 과정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학원가에서는 이 같은 정부 지원책이 퇴직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전기 분야 자격증의 실질적 가치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쳐 전기 설비와 에너지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전기기능사나 전기산업기사 등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전기 관련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기 자격증을 보유한 인력들이 급여에서 우대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기능사 등 국가기술자격증을 지닌 근로자는 무자격자 대비 일급이 30% 이상 높은 경우가 많았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전기차 충전소 보급 등으로 전력 인프라 수요가 급증했지만, 젊은 층의 유입은 정체돼 전기 기술 인력의 고령화와 수급 불균형도 확인됐다.
경북 경주에 거주하는 이상운 씨(57)는 최근 축사 지붕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려 했으나, 지역 전기 기술자 알선 업체로부터 "전기 관련 인력이 부족해 몇 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 씨는 "손기술에 따라 일급이 크게 차이 난다는데, 차라리 내가 자격증을 따서 직접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말했다.
전기 자격증이 높은 수요를 보인다는 점은 자격시험 응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달 발간한 '2025년 국가기술자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기능사 필기·실기시험 접수자는 11만 671명, 전기산업기사는 6만 110명, 전기기사는 11만 9954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세 자격증은 각각 기능사, 산업기사, 기사 등급 자격증 중에서 접수자 수 기준으로 모두 3위를 기록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 발간한 '2024년 국가기술자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전기기능사는 50대 이상 응시자가 많은 자격증 가운데 세 번째로 집계됐다.
 ◇ 기능사부터 기사까지…'단계별 도전' 확산



중장년 수험생과 청년 수험생이 나란히 전기기능사 실기시험을 준비하는 모습. /사진=에듀윌 제공


학원가에 따르면 최근 50대 이상 수강생 중 전기기능사→전기산업기사→전기기사 순으로 차례차례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관련 교육기관에서는 자격 단계별 연계 커리큘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 자격증은 모두 필기와 실기 시험으로 구성돼있다. 전기기능사는 기본적인 전기 회로와 배선, 배관 등을 다루며 실기 시험에서는 배관작업, 배선, 결선 등의 작업형 실기가 출제된다. 전기산업기사는 전기설비 기술기준, 전력공학, 회로 이론 등 보다 전문적인 이론 지식과 필답형 실기가 병행된다. 전기기사는 이보다 상위 등급으로, 전력 계통 해석과 설계, 안전관리까지 포괄하는 고난도 필기와 필답형 실기가 치러진다.
전기기능사 필기를 통과하고 현재 전기산업기사를 준비 중인 이영수 씨(58)는 "처음에는 도면도 잘 못 읽었지만 반복 학습하다 보니 전기 흐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현장에선 기능사만으로도 일은 할 수 있지만, 산업기사를 따면 좀 더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일을 맡을 수 있어 도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전기산업기사를 취득하고 현재 전기설비 점검 업체에 재취업한 정은정 씨(55)는 "처음엔 이 나이에 다시 공부할 생각에 걱정이 컸고, 산업기사는 첫해 시험에서는 합격하지 못했다. 전기기능사가 한라산 등반이면 전기산업기사는 에베레스트산 등반처럼 느껴졌다"며 웃었다. 그는 "지금 젊은 직원들과 함께 일하지만 빠르게 적응한 덕분에 실력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중장년층의 전기 자격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원가에서도 맞춤형 강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A 자격증 학원 관계자는 "올해 4월부터 입문자와 비전공자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기초 개념 특강과 단계별 학습 가이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리뉴얼했다"며 "개인별 학습 속도와 수험 환경을 고려해 수강 기간에도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년층 수강생들은 이러한 무제한 수강 프로그램에 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A 학원에 따르면 강의 리뉴얼이 이뤄진 이후 약 3개월간 해당 과정 수강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 학원가 "늦깎이 수험생, 성실함, 꾸준함이 강점"



지난달 서울 서초구청에서 열린 중장년 취업지원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중장년 재취업 특강을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뉴스1


다만 청년층보다 학업에서 손을 뗀 지 오래된 중장년 수험생들은 시험 자체에 대한 두려움, 특히 수학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장 큰 장벽으로 꼽고 있다. 이에 자격증 학원들은 중장년 수험생을 대상으로 학습 지원은 물론, 심리적인 불안까지 함께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 
B 자격증 학원 관계자는 "중장년층의 경우 첫 수업에서부터 심리적으로 위축돼 좌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질문해도 되나' 하는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주기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보다 신속하게 질의응답을 제공해 학습 동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 수험생들만의 강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김영복 에듀윌 전기기능사·전기(산업)기사 담당 교수는 중장년 수강생의 가장 큰 특징으로 성실함과 꾸준함, 그리고 분명한 목표 의식을 꼽았다. 김 교수는 "수험생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학습 동기를 회복하는 사례가 많다"며 순간의 이해는 느려도 끈기 있게 끝까지 해내는 힘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자격증 공부는 결코 '젊은 사람만의 영역'이 아니며, 실제로 중장년 수험생 중에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내는 분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임금 낮아질까 봐"…개편 가능성에 공급 과잉 우려도



24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대형 서점에 전기 자격증 서적이 진열된 모습. /사진=이민형 기자


다만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전기기능사와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에 과정평가형 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수요조사에 착수하면서, 자격증 취득자 및 수험생 사이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과정평가형'이란 정해진 교육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내부 평가, 외부 평가를 거쳐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필기·실기시험 없이 취득이 가능한 제도다.
최근 공단이 게재한 '과정평가형 신규종목 추진 및 전략 종목 국민 의견수렴 안내문 공고'에 전기기능사·전기산업기사가 포함되자, 자격증 소지자 및 수험생 사이 "자격증이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는데 지금 꼭 취득해야 하냐"는 불만이 확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공단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는 협회 및 단체 단위의 개괄적 의견수렴 단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취재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자격증 취득자 C 씨(50대)는 "지금 청년 백수도 많은데, 다 학원 가서 공짜로 시간 때우며 자격증 딸 것"이라며 "그만큼 전기 기술자 공급이 늘고, 결국 일당이 낮아질 게 뻔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전기 자격증에도 과정평가형 제도가 도입되는 것인지 여부를 두고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경닷컴이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질의한 결과, 공단 관계자는 "전기기능사 및 전기산업기사 종목의 과정평가형 제도 도입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도입 여부는 이해관계자 및 관련 협회·단체의 의견수렴, 소관 부처의 지정 요청, 국가기술자격 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고 밝혔다.
공단 측은 이번 수요조사의 배경에 대해 "두 자격 모두 산업현장에서의 수요가 높고, 과정평가형 자격제도가 도입된 2015년부터 실업계고 등을 중심으로 지정 요청이 지속돼 왔던 종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정평가형 자격은 체계적인 교육훈련 과정을 통해 실무형 인재를 산업현장에 공급하고자 마련된 제도"라며 "해당 종목 선정 시 산업계·학계 전문가 참여와 국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공정한 자격제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전기기능사 및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의 제도 변경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기존 자격증의 가치 하락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산업 수요와 자격제도 개편 논의가 맞물리면서, 관련 자격의 위상과 실효성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